<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올들어 태국 코브라골드 훈련에 주한 미공군 A-10·F-16 이례적 참가
대규모 훈련 중단, 훈련장 민원 등으로 주한미군 해외훈련 증가
지난해 한반도에서 훈련해오던 미 해병대가 알래스카에서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올들어선 주한 미공군의 A-10 공격기와 F-16 전투기 등이 이례적으로 태국에서 실시된 다국적 연합훈련인 ‘2020 코브라골드’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과 한국내 주한미군 훈련장에 대한 민원 등에 따른 훈련 중단·축소의 영향으로 주한미군의 해외훈련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일 제6회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훈련장 사용이 제한될 때 훈련을 하기 위해 우리 전력을 한반도 외에서 훈련하도록 보내고 있다. 이는 유사시 대응할 전력이 줄어들게 된다”며 주한미군 훈련장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했다.
◇ 주한미군 A-10공격기의 매우 이례적인 ‘코브라 골드’ 훈련 참가
주한미군에 정통한 소식통은 3일 “지난 2월말부터 3월초 사이에 태국에서 실시된 ‘2020 코브라골드’ 훈련에 주한 미공군의 A-10 대지공격기와 F-16 전투기 등이 참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훈련에는 오산 미공군기지에 배치된 25전투비행대대 소속 A-10 공격기와 36전투비행대 소속 F-16 전투기들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에 참가한 전투·공격기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브라골드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태국군이 공동 주관해 지난 1982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다국적 연합훈련이다.
주한미군 전투·공격기들이 이례적으로 태국까지 가 훈련을 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유사시 한반도 인근 해외분쟁에 주한미군 전력이 참가하는 것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훈련장 민원에 따른 훈련부족을 메우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주한 미공군 소속 F-16 전투기들이 코브라골드 훈련에 참가한 것은 지난 2007년과 2017년 등 몇차례 있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라 해외분쟁 지역 투입 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A-10 공격기의 코브라 골드 참가는 거의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평택기지에 늘어서 있는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들. 지난해 아파치 헬기 훈련 중단으로 한때 철수설이 나오기도 했다./연합뉴스
‘탱크 킬러’로 널리 알려진 A-10기는 적 기계화부대 공격에 위력적이며 주한미군에 20여대가 배치돼 있다. 주한미군 A-10은 공지합동 및 제병협동 훈련 등에 투입돼 왔는데 소음 등에 대한 주민 민원 제기로 일부 훈련의 제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A-10기들은 지난 2006년 매향리 사격장 폐쇄로 1년 가까이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태국까지 공중급유를 받으면서 가 훈련을 한 적이 있다.
◇ 미해군 제독 ”한반도에서 훈련 중단돼 알래스카에서 미군 훈련”
앞서 지난해엔 한·미 연합훈련 중단·축소 여파로 미군이 알래스카 등에서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미 군사전문지 ‘밀리터리닷컴’은 미 해군·해병대 3000여명이 알래스카와 샌디에이고에서 극지원정역량연습(AECE)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세드릭 프링글 미 해군 소장은 ‘밀리터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서의 훈련 중단이 알래스카 훈련의 실질적 이유”라며 “알래스카 훈련 환경이 한국 해상과 비슷했지만 기후 문제 때문에 장비, 전술을 다시 시험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훈련 내용은 합동상륙, 연료 조달, 수중로봇 기뢰제거 등이었다.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대대급 이하만 실시하고 연대급 이상은 한·미군이 각자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되던 대규모 한·미 연합 상륙훈련도 중단 상태다. 프링글 소장은 “AECE가 알래스카에서 얼마나 더 열릴지, 한반도에서 취소된 훈련을 알래스카에서 영구적으로 대체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10월 로버트 넬러 당시 미 해병대사령관은 “한국 훈련은 해병대의 (2차 한국전쟁) 준비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주한미군 A-10 공격기들. '탱크 킬러'로 유명한 A-10기는 주한미군에 20여대가 배치돼 있다./조선일보 DB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해외훈련이 늘어나고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이례적으로 ‘공개 불만’을 토로한 것은 주한미군 훈련 부족이 미군이 감내하기 어려운 ‘레드 라인’에 접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일 강연에서 이른바 이른바 제병협동훈련과 항공훈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제병협동훈련은 보병, 포병, 기갑, 항공 등이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벌이는 훈련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우리는 기갑, 보병, 박격포, 포병, 헬기, 근접항공 등의 전력이 포함된 실사격 훈련을 실전적으로 해야 하고, 항공 전력은 계속해서 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폐쇄된 사격장, 민간 시위로 불충분한 사격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제병협동훈련을 막아 준비태세를 소모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한미군 훈련여건 보장 안되면 철수·감축 우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주로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에 초점을 맞춰 언급한 것으로 주한미군 주변에선 보고 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미군 최대 훈련장(1322만㎡ 규모) 중의 하나다. 주로 주한 미 2사단 전차·장갑차 등 기갑부대와 포병부대,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이 훈련해왔다. 미군이 사격한 유탄이 민가나 한국군 부대에 떨어져 주민들의 훈련장 폐쇄 요구가 계속돼왔다.
지난 2018년엔 송영무 국방장관이 마이클 빌스 미 8군사령관과 주민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주한미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1년 이상 이 훈련장에서 훈련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아파치 대대 철수설이 나오기도 했다.
아파치 대대 철수설이 나온 것은 훈련을 매우 중시하는 미군의 특성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아파치 헬기 조종사가 일정시간 이상 훈련을 하지 못하면 봉급이 줄어들고 진급에도 불이익을 받는 등 치명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며 “이 때문에 미군은 지휘관이 책임지고 부하들의 훈련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주한미군에서 철수했던 아파치 1개 대대가 주한미군으로 재배치될 때 미군측은 ‘훈련여건 보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군 고위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훈련여건이 계속 보장되지 않으면 철수 또는 감축설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직 연합사부사령관(예비역대장)은 “미군은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며 “정부와 군 수뇌부는 한미동맹 등 국익과 주민 민원 사이에서 합리적인 타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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