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열혈강호. 만화 '열혈강호'의 IP를 관리하는 회사다. 위메이드의 전기아이피처럼 게임 IP를 관리하기 위해 IP 전문 회사를 세운 경우는 있었지만 하나의 만화와 게임 IP를 관리하기 위해 세운 회사는 주식회사 열혈강호가 유일한 것 같다. 만화 작품 이름 그대로 회사명이 된 것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주식회사 열혈강호를 찾았다. 이 회사는 '열혈강호'의 확장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과연 열혈강호 IP를 어떻게 확장해갈 것인지, 전명진 대표와 전승표 이사에게 확장 공식에 대해 물었다.
전명진 대표는 열혈강호 전극진 스토리 작가의 동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만나는 순간 '어 많이 봤는데?' 할 정도로 낯이 익다. 형을 닮지는 않았지만 베레모를 쓴 모습이 시그니처다. 그래서 한 눈에 알아봤다.
전명진 대표 /열혈강호
그가 게임 업계에 들어온 지도 30년이 다 되어 간다. 전 대표는 양재현, 전극진 작가가 AAW라는 애니 클럽 활동을 할 때부터 지켜 봐 왔고, 96년 대학생 때부터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다. 웹젠 '헉슬리' 강기종 PD도 세고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이후 컴투스와 지오인터랙티브 등을 거치며 모바일게임 사업을 했고, SK, NHN, 위메이드, KT올레마켓, 아프리카TV, 손노리 등 많은 회사를 거쳤다.
함께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전승표 이사는 2000년 초 게임 업계에 들어와 GP32나 피처폰 게임의 디자인 및 기획을 담당했다. 이후 스마트폰 게임 개발을 13년 정도 했으니 경력만 따지면 20년이 훨씬 넘는다.
전승표 이사 /열혈강호
두 사람의 명함을 보니 느낌이 온다. 일단 명함이 상당히 두껍다. 일반 명함의 두 배 이상이다. 그리고 전 대표의 명함에는 작품의 주인공인 한비광이, 전 이사의 명함에는 천마신군을 모시는 흑풍회가 그려져 있다. 대표를 모시는 이사가 흑풍회라니 주식회사 열혈강호 다운 발상이다. 그렇다면 담화린은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비광은 대표 명함, 흑풍회는 이사 명함 /게임와이 촬영
회사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전 대표는 내년 '열혈강호'가 내년 30주년을 맞이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열혈강호'는 94년 영챔프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30주년을 맞이하여 만화를 완결 짖고, IP의 확장을 이루기 위해 주식회사 열혈강호를 세웠다고 한다. 매번 '2년 뒤에 완결 됩니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열혈강호'였다. 이제는 정말 완결이 될 모양이다.
전 대표는 "한국에서 이만한 IP가 없다. 2005년 게임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4년 만화 20주년 당시 대통령상을 수상, 만화와 게임 모두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은 '열혈강호가 유일하다"면서 작품의 우수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렇게 대단한 IP라서 그럴까? 작년 말부터 양우석 감독이 '열혈강호' IP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2025년 출시 예정이고, 10시즌으로 구성된다. 마블 '어벤저스' 시리즈처럼 실사 영화 VFX 공정으로 제작된다.
회사는 이 작품 외에도 다양한 IP 확장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많은 웹툰 작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세계관과 그림체가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웹툰이 이 회사에 투자를 한 것도 그러한 시도를 위해서다. 이외에도 몇몇 투자사가 투자를 한 이유는 '열혈강호'에 대한 팬이기도 하지만 IP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열혈강호' IP에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지금까지는 '열혈강호' 작가들이 IP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만화를 그리고 스토리 짜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엠게임에 PC온라인게임, 타이곤모바일에 모바일게임과 같이 플랫폼 전체에 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플랫폼이 아닌 게임 타이틀 하나하나에 대한 IP 권한이 부여되고 있다. 아울러 기존 플랫폼도 정리가 된다. 콘솔 게임이나 보드게임 등은 주식회사 열혈강호가 직접 챙길 것이고, 또 플랫폼이 아닌 타이틀별로 IP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계획이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우려했던 것 중의 하나가 MZ세대들에게 '열혈강호'를 아느냐고 물으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당연히 굿즈를 만들어도 팔리지 않을 터.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회사의 전략이 궁금했다.
자동 넘김 방식으로는 스크롤 방식에 익숙한 MZ 세대를 공략하기는 어렵다
그러자 전 대표는 '아이언맨'과 '슬램덩크'를 예로 든다. '아이언맨' 영화가 나올 즈음, 젊은 세대들은 코믹스 때문에 '들어는 봤다' 정도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 세대들에게 호응을 일으키며 대박을 쳤다. 또 요즘 세대들을 잘 모를 '슬램덩크' 영화도 크게 성공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들이 열혈강호를 '들어는 봤다'는 점에서 만족해 한다.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는 '열혈강호'처럼 IP의 확장을 통해 MZ세대를 잡겠다는 목표다.
전 대표는 "내년 열혈강호가 완결된다. 박수 속에 작품을 완결시키고, 추억을 확장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만화 '열혈강호'의 스크롤 버전도 IP 확장을 위한 시도 중 하나다. 현재는 만화책처럼 옆으로 넘기는 방식이지만, 곧 아래로 내리면서 보는 스크롤 방식의 웹툰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열혈강호'의 굿즈나 2차 창작물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이벤트 성격의 단발적인 굿즈 상품을 선보였다. 코스프레 소품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수익을 내는 것은 우선 순위에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내년 30주년 기념으로 제대로 된 굿즈를 만들어 열혈강호 팬들에게 '선물 같은 제대로 된 굿즈'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회사의 방향이다.
현재 오픈마켓에서 판매중인 광룡광천 스태츄
최근 서브컬처 게임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제 2창작물과 관련한 내용도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예로 든 것이 '스타워즈'다. '스타워즈'는 팬들이 2차 창작을 하는 문화가 있다. 괜찮은 것이 있으면 정식으로 영화 스토리에 편입이 되기도 한다. 또 '원신'이나 다른 서브컬처 게임에서도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두고 있는 만큼, 3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열혈강호'의 많은 2차 창작물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전명진 대표는 "IP 하나를 가지고 IP 하나를 확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시도가 잘 된다면 작가들 입장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작가보다는 회사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다."라고 말했다. 주식회사 열혈강호의 작가는 절대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다.
(좌)전명진 대표 (우)전승표 이사
만화 '열혈강호'의 팬이었던 만큼, 인터뷰를 마치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정말 내년에는 30년을 이어온 '열혈강호'의 연재가 완결된다는 것. 그리고 좌우 넘김 방식이 아닌 스크롤 방식의 웹툰이 나온다는 것. 또 콘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가가 절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 이 회사가 본격적인 IP 확장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열혈강호' 드라마의 성공이 IP의 확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진취적이지만 신중하게'라는 전 대표의 말이다. 내년 '열혈강호' 30주년에는 MZ세대들에게 '들어는 봤다'가 아닌' 최고의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 주목된다. 또 주식회사 열혈강호의 성공으로 주식회사 용비불패가 생겨날지도 관심사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한국 만화 업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말이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