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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IT] 바운드리스크루 "돼지 특수부위, 먹기 쉽게 만들어야 접근성도 높아진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06 15:00:03
조회 2403 추천 2 댓글 26
[IT동아 정연호 기자] 전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운영성과(2021년 3분기 기준), 출처: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창업보육센터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한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2021년 3분기 기준 누적매출액 760억 원, 투자유치액 266.8억 원, 일자리창출 618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


푸드위크 2021에 참가한 서울먹거리창업센터 공동관의 모습, 출처: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참고로 지난 2020년 12월,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규모를 확대해 최대 70개 입주기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그린타워 8층과 9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오픈키친을 영상 촬영에 용이하도록 재구성했으며, 식품 기본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R&D랩실, 영상 촬영을 위한 미디어룸 등도 마련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입주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데 집중하는 '네트워크'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전시회, 판매 행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위해 판로개척을 다각화했고(유통 대기업 협업 및 크라우드펀딩 지원 등),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이외에도 식품 디자인, 홍보 영상 촬영, 특허 출원 등 이종 기업을 연계 지원한다. 센터와 입주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다.

이에 취재진은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돼지고기 특수부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바운드리스크루 박수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바운드리스크루 박수원 대표


"돼지 특수부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바운드리스크루의 돈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박수원 대표(이하 박 대표): 돈특은 돼지고기 특수부위를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삼겹살이나 목살 말고도 나올 수 있는 고기 부위가 상당히 많다. 이 부위들을 모르거나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는 돼지 특수부위 상품을 개발하고 연구하며, 이를 판매해 특수부위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돼지 특수부위 고기는 평소에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고기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 대표: 특수부위는 100kg짜리 돼지를 도축할 때 1kg 아래로 나오는 고기다. 양이 많지 않다. 경상도에는 ‘뒷고기’라는 키워드가 있다. 과거엔 도축을 하는 사람들이 특수부위가 적게 나오니까 소비자에게 팔기는 조금 아깝고 그래서 몰래 구워 먹었다고 해서 나온 단어다. 돈특에서 작년에 처음으로 런칭한 뒷고기는 ‘머리 고기’다. 제사상에 올라가거나 순대국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부위다.


뽈살갈비, 출처=바운드리스크루



머리 고기에서 나오는 고기만 5~7가지 정도다. 가장 유명한 게 돼지 뽈살이다. 뽈살은 운동량이 많아서 지방이 거의 없는 부위다. 부드럽고 쫄깃하다. 목이랑 등 사이에 있는 항정살, 꼬들목살도 반응이 좋다. 다른 돼지고기 보다 꼬들꼬들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다.

IT동아: 고기다 보니 맛도 중요할 거 같다.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박 대표: 처음에 상품을 팔 때 ‘특수부위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배달의 민족에서 라이브방송을 했을 때 상품이 완판됐다. GS프레시샵의 온라인 신선품 판매에도 3~6개월마다 제품을 톤 단위로 납품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도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 고기 뽈살과 항정살을 소고기 차돌박이처럼 정형을 해서 제육볶음으로 판 적이 있다. 지금도 후기가 많이 올라오고 평점도 높은 상품이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좋아해서 재구매율이 90% 이상이고, 돈특의 효자상품이 됐다.

IT동아: 주 소비자는 어떤 집단인지 궁금하다.

박 대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고,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사는 패턴에 익숙해진 집단이다. 삼겹살은 비싸지만 돈특에서 판매하는 특수부위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로 설정돼 있다. 고객들도 부담 없이 찾는다.

돼지 특수부위, 쉽게 먹도록 만들어야 한다


IT동아: 특수부위는 소비자들 입맛에도 잘 맞는 부위인 거 같다. 그동안 왜 잘 안 팔렸던 걸까?

박 대표: 수요가 적으니까 재고가 적체됐고, 쌓인 고기를 폐기하거나 싼값에 유통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제값을 받기 어려운 부위였다. 이게 악순환을 만든다. 육가공 업체에선 돼지 머리 고기를 정형하거나 소분 작업을 하지 않고 그냥 판매한다. 상품으로서 가치는 떨어지고 잘 안 팔리니까. 거기에 시간을 들이기보다 그냥 유통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삼겹살처럼 정형화된 부위가 아니니까 소비자들은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모른다. 특별한 날에만 먹는 부위고 삼겹살이나 목살과는 다른 고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머리 고기도 정형하면 삼겹살이랑 항정살처럼 구워 먹거나 찌개에 넣을 수도 있다.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데, 상품이 그렇게 개발이 안 됐고 편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양을 사기도 어렵다.

IT동아: 머리 고기를 정형할 육가공 업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 같다.


두항정살을 정형하는 모습, 출처=바운드리스크루



박 대표: 우리 팀은 이커머스에 특화된 팀이라서 특수부위를 잘 만들 생산자만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국에 있는 도축장을 거의 다 찾아갔다. 제주도에 있는 도축장에도 협력 제안 메일을 보냈는데 처음엔 다들 거절했다. 경산에 있는 가공업체와 뜻이 잘 맞아서 그 회사에서 100% 독점으로 고기를 공급해주고 있다.

IT동아: 돼지고기도 고기의 질이 중요할 텐데, 어떤 돼지를 도축해서 만든 고기인가?

박 대표: 국내산 한돈으로만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돈은 인식이 좋아서 특수부위를 한돈으로 판매할 때도 소비자들은 만족스러워한다. 경북 도축장에서 고기를 이틀에 한 번꼴로 작업을 해서 하루 정도 얼리고, 바로 소비자에게 보낸다. 그만큼 신선한 상품이다.

IT동아: 상품은 육가공업체에서 직접 배송하는 건가?

박 대표: 거기서 생산을 하고 바로 나가는 방식이다. 돈특은 3PL(물류대행)을 쓰는 구조는 아니다. 특수부위는 양이 적게 나와서 제3자 유통채널을 통하면 상품 관리가 어렵다.

IT동아: 고기를 이커머스에서 구매하는 사람이 많은 편인가? 사실 집 앞에 정육점이 있는데 굳이 배송 시간이 걸리는 이커머스를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 같다.

박 대표: 우리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서울 정육점을 조사했다. 대부분의 정육점에선 특수부위를 팔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정육점은 보통 삼겹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등 인기제품을 큰 단위로 가져온다. 삼겹살 50kg 이런 식으로 말이다. 특수부위는 양이 적게 나와서 그렇게 가져갈 수 없고, 많이 들여온다고 해도 신선도가 떨어져서 문제가 된다. 적은 양만 들여와야 하는데 수요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IT동아: 특수부위는 밀키트로 만들어서 판매해도 인기가 많을 거 같다.


돈특에서 판매하는 오소리감투 상품, 출처=돈특 홈페이지



박 대표: 이번에 출시한 게 오소리감투를 양념에 버무려 술안주로 만든 상품이다. 요즘 간편식에 대한 니즈가 높아 간단한 술안주로 고객분들이 많이 찾고 있다.

IT동아: 돼지 말고 다른 가축의 특수부위를 판매할 생각은 없나?

박 대표: 돼지 특수부위로 시장을 어느 정도 형성한 다음 닭 특수부위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닭은 특수부위가 1마리당 100g 정도 나온다. 이미 서울에서 닭 특수부위가 붐이 일었던 적이 있어서 상품으로서는 괜찮을 듯하다. 소는 시장이 워낙 잘 형성돼 있고 판매되는 상품도 다양해서 이곳에서 차별성을 갖추긴 어려울 거 같다.

IT동아: 지금은 돈특과 제품을 알리는 게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제품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박 대표: SNS나 유튜브를 활용해서 광고를 돌리고 있다. 돈특 고기나 밀키트로 음식을 만들고 이를 먹는 콘텐츠도 반응이 좋다. 재밌었던 게 예전에 도래창이란 특수부위로 상품을 만든 적이 있다. 기름이 많은 제품이고 손질에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돈특이 만든 상품으로 먹방을 찍은 유튜버가 있는데, 그 이후로 주문이 확 들어왔다. 큰 도움을 받았다.


돈특에서 판매하는 도래창 상품, 출처=돈특 홈페이지



배민이나 GS리테일 등과 협업을 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 수단이다. 이번에 카카오페이 단독 프로모션을 통해서 마케팅을 할 예정이다. 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기업 중에서 이 프로모션을 했던 기업이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를 통해 들어오는 유입자가 상당하다고 한다.

IT동아: 먹거리창업센터는 먹거리 기업에 특화된 보육센터다.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박 대표: 네트워킹이 큰 도움이 된다. 대외 협력사를 소개해주는데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경우가 많다. 먹거리 스타트업에 필요한 물류사 같은 경우엔 좋은 파트너사를 만나기 쉽지 않다. 센터에 들어오면 좋은 파트너들과 만나게 되고 이들과 신제품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마케팅 관련해선 라이브 커머스를 위한 장비와 비용을 지원해준다. 우리도 공유 오피스를 많이 다녔는데, 이 센터처럼 라이브커머스에 특화된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이 없다. 다 비용을 내야 한다. 촬영 장비와 인덕션 등이 다 있으니 촬영을 하면서 요리도 할 수 있어서 좋다. 입주비를 내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유통과 마케팅 역량 활용해 돼지 특수부위 알릴 수 있어


IT동아: 사업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박 대표: 처음 일했던 회사가 유통 스타트업이었다. 그 회사가 초반에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고속 성장을 했다. 인큐베이팅이란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과 독점 계약을 맺어서, 그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가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광고 유통까지 다 맡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말한다. 이때, 음식물 처리기 브랜드를 마케팅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유통업에 대한 매력도 크게 느끼게 됐다. 기업들을 성장시키면서 내가 역량을 키우려면 사업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돈특 플랫폼을 시작하기 전엔 지금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 인큐베이팅 사업을 했다. 이를 통해 마케팅과 유통 쪽으로 노하우를 쌓아서 돈특에도 접목하고 있다. 현재 돈특과 인큐베이팅 사업을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 인큐베이팅도 파트너와 상생을 해야 성장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파트너사를 잘 맺는 것의 중요성도 배울 수 있었다. 인큐베이팅 비즈니스를 주로 음식 쪽으로 많이 하게 됐다. 다이어트 식품을 인큐베이팅 하면서, 먹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들 고기에 관심이 많기도 하니 돼지 특수부위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먹어보니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IT동아: 유통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박 대표: 이커머스는 오프라인보다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이커머스를 하다 보면 성장 속도가 체감된다. 과거에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면서 우리가 맡은 주방가전을 천 대만 팔자는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커머스를 통하니까 그게 달성이 됐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처럼 고객 접점의 한계가 없으니까 그게 가능했던 거다. 돼지고기 특수부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마케팅과 유통이다. 이러한 역량을 통해서 돼지고기 특수부위를 많은 고객이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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