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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인사이트]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싣는 자동차, '토잉카'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13 14:16:09
조회 117 추천 0 댓글 0
[IT동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서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언제나 새롭고 설레는 그 곳, 공항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장거리 지방 출장이 잡혔을 때, 머나먼 타국에서 가족 또는 친구가 귀국할 때 혹은 출국할 때,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공항을 찾습니다. 저는 공항을 방문할 때면 묘하게 설레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하늘을 높이 날고 있던 비행기가 눈 앞에서 착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인지, 체크인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들뜬 표정 때문에 덩달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혹은 공항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특수한 장비들이 신기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좋아해서, 공항에 갈 일이 생기면 항상 활주로를 바라볼 수 있는 창가에 앉아 공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하게 생긴 차량들을 관찰하곤 합니다. 어떤 자동차는 비행기에 적재되어 있던 짐들을 기다란 짐칸에 옮겨 싣고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어떤 자동차는 분명 승객들을 이송하는 버스인 것 같은데, 활주로만 다니는 버스라고 티를 내는 건지 유독 유별나게 생긴 모습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렇게 광활한 활주로를 조그마한 자동차들이 열심히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조금은 유별난 이유로 공항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여러분은 공항에 가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여객터미널 출국장, 출처: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 활주로를 다니는 차를 종종 본 적 있는데, 공항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자동차가 있나요?

공항은 비행기의 안전한 이륙과 착륙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승객의 원활한 탑승을 돕고, 물류를 지상으로 내리기도 합니다. 비행기 수십 대가 서있는 엄청난 넓이의 활주로에서 여러가지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가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항 내 모든 게이트에 비행기가 주기되어 있다면, 방금 착륙한 비행기에서는 사람들이 활주로에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비행기의 출입구와 지상을 연결해주는 계단식 장치인 '스텝카'를 활용하게 되고, 내린 승객들은 '램프버스'를 타고 여객터미널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항공기에서 내린 수하물을 이동시키는 '터그카', 사람의 힘으로는 내리기 어려운 짐을 옮겨주는 '벨트로더'가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대표 모빌리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행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모빌리티도 있습니다. 비행기 바퀴를 차체에 고정하여 비행기를 이동시키는 역할의 '토잉카'입니다. 비행기 바퀴에는 일반 자동차와는 다르게 동력전달장치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오직 엔진의 추진력으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엔진의 추진을 통해 앞으로 움직일 수 있고, 역추진을 한다면 후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결정적으로 엔진의 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예방해야 합니다. 이에 항공법에서는 자체 후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토잉카는 비행기가 지상에서 이동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모빌리티입니다. 오늘은 수백 톤의 비행기를 제 몸처럼 움직이는 괴력의 자동차, 토잉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공항에서 조그만 차가 비행기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본적이 있어요. 정말 작은 차가 수백 톤에 달하는 비행기를 끌고 다녀서 참 신기했거든요.

맞습니다. 비행기와 비교해 굉장히 작은 토잉카의 크기를 보면, 비행기를 옮기는 힘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귀여워 보이는 토잉카의 무게는 약 40톤에 육박하며, 최고속도는 약 시속 30km이고, 배기량은 일반 자동차의 5배 높은 수준인 10,000cc라고 합니다. 비행기와 비교하면 작은 크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성능까지 귀엽지는 않죠.

현재 항공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탄소배출입니다. 항공산업은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환경청(EEA, The Europe Environment Agency)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승객 1인당 1km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기차 14g, 자동차 158g, 비행기 285g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죠.

이에 항공업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잉 등 글로벌 완제기 제작사의 경우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은 '지속가능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로만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세계 각 국에서도 SAF를 혼합하여 비행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어요.


출처: 유럽환경청



하지만 항공산업 내 탄소배출 감소는 항공기의 연료를 교체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과연 일반 자동차보다 4배나 높은 배기량을 지닌 토잉카의 탄소배출량은 어떨까요? 토잉카는 비행기를 이동시키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수요가 없고 적은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항공기 산업에서의 탄소절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토잉카 제작사들도 토잉카의 친환경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민간 항공기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0년 20,850대에서 2041년까지 43,860대로 약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일대의 신흥 경제국에서 공항 수를 늘리는 정부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토잉카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유럽의 다국적 공항 모빌리티 기업 '에비에이터(Aviator)'는 Airbus A319-321, A330, A350 및 Boeing 737, 757, 787을 포함한 대형 항공기를 견인할 수 있는 전기모터 기반의 토잉카 모델 'Kalmar FB600EL'를 공개했습니다.

이 토잉카는 약 600톤의 무게를 견인할 수 있으며, 향후 핀란드의 헬싱키 공항에서 우선적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또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공항 장비 전문 기업 'JBT 코퍼레이션(JBT Corporation)'은 중소형 항공기를 견인할 수 있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기반의 토잉카를 공개했으며, 독일의 기반을 둔 'EFM'사는 최신 700V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을 탑재한 토잉카를 뮌헨공항에서 최초로 운용하는 등 세계 유수의 공항에서 전기기반 토잉카가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죠.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FactMr'는 글로벌 항공기 토잉카 시장의 규모를 2022 년 5억 4,220만 달러(한화 약 7,520억 원)로 평가했는데요. 향후 4.5%의 연평균성장률로 성장하여, 2032 년 시장규모는 8억 4610만 달러(한화 약 1조 1,73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혹시 주목받고 있는 토잉카 제조 기업이 있나요?

대부분의 토잉카 제작사들은 항공산업의 친환경화 전환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전기 기반의 토잉카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활주로 위에 주기되어 있는 비행기를 끌고 가는 토잉카의 개념을 완전히 전환시킨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2016년 설립되어 미국에 본사를 둔 항공기 견인 시스템 전문 기업 'ATS WORLD WIDE LLC(이하 ATS)'입니다.

ATS는 기존 토잉카가 활주로 위를 주행하는 것과 다르게,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활주로 지하에 자동 견인 돌리 및 견인 장치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매설하여, 비행기의 최적화된 이동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여 주기장까지 이동하기 위해, 완전히 정지하게 되면 바닥에 매설되어 있던 견인 장치가 지상으로 올라와 비행기의 바퀴를 고정하여, 주변 견인 장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적의 경로를 찾고 최단 시간 내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출처: ATS



ATS의 토잉카를 비롯해 각 견인 장비에는 충돌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모니터링하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감지하고 반응하면서 항공기의 위치와 움직임을 조정하고, 항공 교통 관제사와 다른 항공기에 그 변경 사항을 알리는 기능이 있습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가 항공기 브레이크나 스로틀을 사용해서 즉각 ATS 시스템에서 연결을 끊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해요.

ATS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완전 통합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자의 직접 개입 빈도가 적기 때문에, 단순 실수나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기존 공항 내 교통 관제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연계되어 운용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운영자는 시스템 관리 차원의 역할만 부여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운영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활주로에 직접 설치되는 견인 장치의 통로 깊이는 약 80cm이며 너비는 약 120cm가 필요한데요. 전 공항 활주로에 동시에 일괄적으로 설치한다면 공항 운항이 장시간 중단되어 교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약 15m ~ 17m의 모듈로 통로를 구성하여 설치 시 공항 중단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ATS의 항공기 견인 시스템은 단순하게 공항 내 비행기의 편의성 제고만을 위한 솔루션이 아닙니다. 우선 다수의 토잉카 운용이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운전 횟수 감소로 인한 연료절감 및 배기가스 배출 감소, 전기배터리 기반 구동 시스템으로 인한 탄소배출 제로화, 공항 내 차량 사고 감소로 인한 안전성 제고, 항공기 이동 최적화를 통한 공항 교통 처리량 개선, 무인 운영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의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됩니다.

ATS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통해 항공기 이동을 최적화하고 공항 처리량을 최대 30%까지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기술 개발은 마무리된 상황이며, 오는 가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니 머지않아 항공기 견인 시스템 시장을 선도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ATS


우리나라가 관련 기술 개발 및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항공기 견인 장비와 관련된 산업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은 미국의 'Eagle Tugs', 'JBT', 'Hyster', 이탈리아의 'Alke', 영국의 'Bradshaw Electric Vehicles', 독일의 'Jungheinrich AG', 'EFM', 일본의 'Toyota Material' 등 주로 자동차 산업 선도국가의 기업들입니다.

우리나라는 2021년 자동차 총 생산량 실적 부문에서 독일을 추월하고 글로벌 5위에 도약하며 국가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아직까지 항공기 견인 장비를 비롯하여 항공산업 전반에 걸쳐 산업 경쟁력이 다소 뒤처지는 실정이죠.

현재 우리 정부는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항공기 산업 발전과 기업의 경쟁력을 함께 제고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의 모빌리티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항공기 관련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됩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아래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향후 항공기 산업에서도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의 체계적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 연구하고 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후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전문 정보 사이트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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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빌리티 인사이트] 나를 알아보는 인공지능 신호등, 안전까지 책임진다▶ [모빌리티 인사이트] 비행기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진화, "승객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 경량화부터 생산 효율화까지, 자동차를 찍어내는 3D 프린팅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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