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다가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이 사고를 유발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횡단보도 바닥에서 신호를 알리는 바닥형 보행신호등이 설치됐지만, 낮 시간대 강한 태양광으로 시인성이 떨어진다. 바닥형 보행신호등에 가해지는 잦은 충격으로 제품이 파손되거나, 결로가 생기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신호등 성능이 떨어지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한다. 이에 국내 최초로 태양광 필터를 바닥형 보행신호등에 적용, 스마트 바닥형 보행신호등을 개발해 조달청 우수제품인증을 받은 기업이 있다. 교통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한백시스템’이다. 원유석 한백시스템 대표를 경기도 화성시 동탄 본사에서 만났다.
원유석 한백시스템 대표 / 출처=IT동아
아이세이프 개발한 ‘한백시스템’…태양광 필터 기반 스마트 바닥형 보행신호등 선봬
1998년 문을 연 한백시스템은 그간 교통안전 확보에 기여할 여러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일례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적외선 센서로 감지, 상황별로 경고방송을 하는 횡단보도 보행자 안전대기 장치 ‘아이세이프(i-SAFE)’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아이세이프는 보행자가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나와 서면 “위험하니 뒤로 물러나세요”라고 경고 방송을 한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안전을 살피며, 좌우를 확인하세요”, 파란 불이 끝날 즘에는 “다음 신호에 건너가세요”라고 안내한다.
원유석 대표는 “창업 초기 지방자치단체 교통행정 솔루션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교통행정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바 있다. 사업을 수행하던 중 우리나라 어린이 교통사고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좀 더 가까이에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여러 스쿨존을 살펴보니, 어린이들의 보행 형태와 습관, 운전자들의 부주의 등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후 많은 지자체 실무자 의견을 수렴해 무단횡단을 하거나, 적색신호 시 차도에 내려와 있는 보행자에 경고방송을 하는 아이세이프를 개발, 한백시스템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자사는 아이세이프로 행정안전부 공공디자인 대상제에서 안전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국제 공공디자인 대전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상,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대만 국제발명가협회 특별상, 부산국제발명 신기술 박람회 최우수상(특허청장상) 등을 수상했다. 2024년 현재 전국 약 5000곳 횡단보도에 아이세이프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원유석 대표는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는 일명 ‘스몸비족’이 다수 사고를 유발한다. 이를 막기 위해 바닥형 보행신호등이 설치됐지만,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예컨대 스쿨존에 있는 바닥형 보행신호등은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낮 시간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노면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 빛 반사로 신호등 색깔 구분이 어려워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에 교통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자사는 바닥형 보행신호등의 문제를 개선할 기술개발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한백시스템은 바닥형 보행신호등에 태양광을 차단할 필터를 적용해 기존 제품의 문제를 개선했다.
출처=한백시스템
원유석 대표는 “제품에 태양광을 차단할 필터를 끼우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필터 색상이나 농도가 조금이라도 짙거나 옅어지면 시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경찰청이 요구한 광특성 관련 표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에 태양광을 차단할 필터의 적합한 혼합 비율을 찾기 위해 수많은 연구개발과 다양한 시험을 1년간 진행했다. 그 결과 최적의 혼합비율을 지닌 태양광 차단 필터를 개발, 여름철 강한 햇빛에도 선명한 시인성을 보이면서도 경찰청 표준규격도 만족하는 스마트 바닥형 보행신호등을 선보일 수 있었다. ‘바닥 신호 표시기’라는 명칭으로 특허도 획득했다”고 말했다.
출처=한백시스템
그는 이어 “시인성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품 위로 수많은 사람과 이륜차가 다니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과정에서 신호등 파손이나 오작동이 일어나는 문제도 개선해야 했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바닥형 신호등이 잘못 작동하면, 더 큰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고강도 알루미늄 하우징으로 제품 내구성을 높였으며, 경찰청 표준규격 기준보다 더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해 각종 시험 성적표를 확보했다. 1.3m 깊이의 수조에서 2400시간 동안 방수 시험을 진행했으며, 80도의 뜨거운 물을 80 BAR~100 BAR의 수압으로 뿌려 견디는 IPX 9K 시험, IK09 등급의 파손방지 시험, 열화 및 내구성 시험 등 다수 시험을 통과해 안정적으로 바닥에서 신호를 송출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분리 가능형 구조로 제품 전체가 아닌 고장난 부품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유지보수가 쉽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한백시스템의 스마트 바닥형 보행신호등 / 출처=한백시스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한백시스템이 개발한 스마트 바닥형 보행신호등은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지정, 오는 9월부터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납품될 예정이다.
보행자 안전 확보 위해 AI 활용 계획…‘스마트 보행안전 시스템’ 구축 중
한백시스템은 보행자가 더욱 안전하게 통행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AI를 활용할 예정이다.
원유석 한백시스템 대표 / 출처=IT동아
원유석 대표는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해 AI를 적극 활용, 스마트 보행안전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 보행자 발을 기준으로 사람을 검지해 사고를 막을 음성을 상황별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빨간불인데 발이 조금이라도 횡단보도로 나가면, 즉시 경고한다. AI 영상분석 기술과 음성안내 보조장치가 맞물려 작동하며, 위험대기 구간을 직선뿐만 아니라 곡선에 맞춰서 설정 가능한 장점도 지녔다”며 “신호가 끝났지만, 횡단보도를 완전히 건너지 못하는 노인을 시스템이 감지하면, 보행신호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쓰러질 경우, AI가 감지해 즉시 구급차를 부르는 기능도 접목할 것이다. 스마트 보행안전 시스템은 현재 현장 테스트 중이며, 내년부터 각종 인증을 받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백시스템이 구축 중인 스마트 보행안전 시스템 개요 / 출처=한백시스템
그는 이어 “스마트 보행안전 시스템이 AI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하게 움직이려면, 뛰어난 개발자가 필요하다. 자사는 약 14년 동안 전국 5000여 곳 횡단보도에 보행안전 시스템을 공급·운영한 경험과 데이터가 있다.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를 지키고, 사고를 예방할 기술 개발에 나설 개발자도 구인 중이니, 많은 인재들의 관심을 바란다. 한백시스템은 앞으로도 생명을 지킬 교통안전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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