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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法]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관련 법률적 쟁점들 살펴보니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20 18:12:11
조회 217 추천 0 댓글 0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지난 2024년 8월 1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E 350 차량 배터리에서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연일 논란의 중심입니다.


지난 2024년 8월 19일 오전 인천 서부경찰서에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건에 대한 3차 합동 감식이 진행 중인 모습 / 출처=동아일보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아닌데도 차주 잘못인지, 전기차가 문제인지, 특정 자동차 제조사가 문제인지, 배터리가 문제인지 공방이 계속됩니다. 급기야 주민들 간 주차 갈등을 비롯한 전기차 포비아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필자는 자동차의 전자 및 기계적인 부분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법률가로서 이번 사고와 관련한 과거 유사 판례를 소개하고, 앞으로 발생할 책임 소재와 법률적 문제를 짚어보려 합니다.

법률관계는 복잡하지만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차보험과 화재보험 처리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보험사가 책임소재를 물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보험이 없는 개인은 아래 법률관계에 따라 직접 소송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차주에게 과실 내지 자동차의 공작물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차주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합니다.

먼저 법원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차 ▲주차한 후 약 10시간이 지난 화재 ▲한 달 전 자동차 점검 ▲구체적인 발화원인이 불명인 사안에서는 공작물의 소유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대법원 2019다222522 판결)했습니다.

반면 ▲누적 주행거리가 이미 100만㎞ 초과 ▲생산된 지 17년 이상 노후화된 차량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달리 판결했습니다. 해당 경우에는 전기장치의 결함에 대한 별다른 방호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그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해 결국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공작물인 차량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대법원 2020다293261 판결)했습니다.

이번 청라 전기차 화재의 경우, 사고 차량은 충전 중이 아니고 3일째 같은 자리에 단순 주차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문제 차량은 고가의 고급 외제 차량이었으며, 2022년부터 판매를 시작해 신차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차주에게 공작물의 소유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차량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지난 2018년 5월경 서울 서초구 소재 건물 주차장에서 정기 점검을 마친 자동차가 수일째 주차 중 엔진룸 부근에서 화염이 치솟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차장 내에 주차된 차량 6대가 불타고, 건물 출입문과 계단 등으로 불이 번지면서 건물 및 가재도구 등을 태웠습니다. 당시 화재 사고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피해자 보험사가 차주와 제조업자에게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203466

법원은 앞서 소개한 대법원 2019다222522 판결 취지에 따라, 차주에게 차량을 관리하면서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차량의 설치 및 보존상 하자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차량 점유자 및 소유자의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또 소방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미확인 단락 아크로 인해 착화 발화된 화재로 추정된다는 내용과 퓨즈박스 하부 배선과 차량 섀시 간 혼촉에 따른 발화 가능성 의견을 밝혔지만, 법원은 차량 제조사의 배타적 지배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차량 제조사의 책임도 부정했습니다.

나. 2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나4948, 3심 대법원 2021다292401

당시 해당 차량의 제조사에 대한 제조물 책임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제조물 책임법 3조의 2는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할 것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에 속한 원인으로 초래되었을 것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3가지 요건을 갖춘 경우 제조물의 결함을 추정하고 있는데, 2심에서는 ▲차량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제조사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에서 발생했다. ▲차량의 엔진룸 내부 퓨즈박스 하부 배선 부근에서의 발화는 그 부분의 결함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차량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인해 화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제조사에 대한 제조물 책임을 인정,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다.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의 경우, 위 판결과 다른 화재 사고이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이번 차량의 제조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조물 책임법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하 주차장 관리업체의 책임에 대해 (스프링클러 미작동)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는 자동차 화재에서 비롯됐지만,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대형사고로 키웠습니다. 화재사고에서 스프링클러 미작동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르지만, 화재사고에서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 관리업체에게도 40%내외의 책임이 주어집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541671, 2016가합506569, 2017가단5096081, 2022가단5113188, 인천지방법원 2013가합9023등)

결론

자동차 화재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번 청라 전기차 화재는 사고 원인을 납득하기 어렵고 손해도 과도하게 확대됐습니다. 전기차만의 문제일까요? 사고 당시 내연기관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비슷했을 것입니다. 이번 사고로 고급 외제 차량의 민낯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소방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자동차 제조업자의 제품에 대한 투명성을 재고하기를 바랍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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