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면서도 제법 쓸모 있는 생활가전을 '신가전'이라는 제품군으로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LG전자가, 올 10월 경 가정용/실내용 식물재배기인 '틔운'을 출시했다. LG전자는 이를 '식물생활가전'으로 새롭게 이름 짓고 시장 확장에 나섰다. 출시 초반 시장 반응도 제법 괜찮다.
LG전자 생활식물
식물재배기 제품은 이전에도 여러 제조/유통사를 통해 부분적으로 판매/공급되고 있었지만, LG 틔운은 LG 고유의 기술력을 한데 모아 상품성과 대중성을 한층 강화한 제품이다. 즉 LG 가전의 기술적 특징, 이를 테면 디오스 냉장고의 온도 제어 기술, 휘센 에어컨의 공조 기술, 트롬 건조기의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 퓨리케어 정수기의 급수 제어 기술 등이 모두 적용됐다. 식물 재배에 필요한 빛(LED)도 LG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LG 디스플레이 기술의 LED가 태양 역할을 한다
이에 식물생활가전으로서 얼마나 사용/관리하기 편하고 식물은 어떻게, 얼마나 잘 자라는지 한달 동안 틔운을 사용하고 지켜봤다. 한달 남짓 동안 기자가 한 일은, 물 채우기 6번, 영양제 넣기 6번 뿐이다. 나머지는 틔운이 다했다.
크기와 생김새는 소형 냉장고 또는 와이너리 같다. LG 오브제컬렉션 라인업이라 디자인이나 컬러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어찌 보면 왠지 투박한 듯도 하지만, 가정 내 실내 인테리어와 무난히 어울릴 듯하다. (색상은 베이지와 그린, 두 모델이다.)
숙박업소의 소형 냉장고 만한 크기다 (출처=LG전자 홈페이지)
단문형 냉장고처럼 문을 당겨 여닫을 수 있고, 문의 전면은 통유리를 부착해 식물이 자라는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생활가전답게 본체 뒷면에 전원 케이블만 하나 있고, 본체 외부는 깨끗하다. LG전자에 따르면, 틔운 1년 간 소비전력은 42.5kWh이며, 이는 비슷한 크기의 소형 냉장고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틔운의 내부는 2개 선반으로 상칸, 하칸으로 나뉘며, 각 칸마다 씨앗키트 3개씩, 총 6개를 장착할 수 있다. 씨앗키트는 10개 구멍에 특정 식물 씨앗이 대여섯개 정도 들어있다. (씨앗키트를 거꾸로 뒤집으면 씨앗이 쏟아질 수 있으니 주의!)
씨앗키트는 3개가 한 묶음으로 판매된다
씨앗키드는 종류별 3개 묶음으로 판매되며, 현재(21.12월 기준)는 허브류 2종, 엽채류 4종, 화훼류 1종이 나와있다. 엽채류는 상추, 쌈추, 비타민 등 재배, 수확해 바로 먹을 수 있고, 허브류와 화훼류는 어느 정도 자라면 화분 등으로 옮겨 심으면 된다. 씨앗키트 한 묶음(3개)은 3 ~ 4만 원대로, 키우는 재미와 나름의 흥미는 유발하지만 그리 저렴한 가격대는 아니다. 참고로 틔운 본체는 160만 원대다.
씨앗키트 3개 한 묶음에는 스틱형 포장의 영양제가 A, B로 구분돼 함께 들어 있다. 이게 양분이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흙(또는 흙의 역할을 하는 물질)은 씨앗키트 내부에, 양분은 스틱형 영양제로, 빛은 LED 불빛으로 공급된다.
영양제 A+B는 물통에 물과 함께 넣으면 된다
자, 틔운의 전원 케이블을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동작한다. 내부 상칸, 하칸에 엽채류 씨앗키트 3개, 허브류 씨앗키트 3개를 장착했다. 씨앗키트가 단단히 고정, 부착되는 건 아니지만, 흔들리거나 불안정하진 않다.
상칸에는 엽채류, 하칸에는 화웨류 씨앗키트를 장착했다(11월 19일)
하칸 아래에 있는 물통에 물(수돗물)을 채우고, 영양제 A와 B를 함께 짜넣으면 된다. 영양제 A, B는 물을 채울 때마다 넣는다. 더 넣는다고 잘 자라는 것도 아니며, 틔운 외에 일반 화초/화분에는 넣어도 성장에 큰 도움은 안된다(고 한다).
물통 주입구에 넘치지 않을 정도로 물을 넣으면 된다
준비는 다 됐다. 이후로는 식물을 자라는 모습을 간간이 지켜보며, 필요할 때 물과 영양분을 채워주면 된다. 물이 부족하면 틔운 본체는 알림 멜로디(동요 '옹달샘')로 알려준다. LG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LG ThinQ(씽큐)' 앱을 설치해 틔운과 연결하면(와이파이), 틔운의 재배 상황이나 알림 등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씽큐 앱으로는 상칸, 하칸의 동작 상태, 재배 환경 설정, 조명 시간 조정, 바람 세기 조정 등 본체 조작이 가능하고, 각 식물에 대한 기본 정보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틔운의 공식 카페(네이버)로도 연결돼 여러 틔운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카페 가입 필요). LG의 다른 제품은 몰라도, 틔운을 사용한다면 씽큐 앱을 설치하는 게 무조건 유용하다.
LG ThinQ 앱으로 틔운을 원격으로 관리, 제어할 수 있다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다. 오가며 식물 재배 상황을 유리문으로 확인하면 된다.
재배 시작 3일이 지나니 쌈추의 싹이 트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지나며 특히 엽채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허브류는 성장 속도가 느린데, 틔운은 이처럼 성장 속도가 다른 식물도 알아서 잘 키워준다.
엽채류는 사흘 뒤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11월 23일)
재배 시작 열흘 정도 되니 상칸의 엽채류는 현저한 성장을 보일 만큼 자랐다. 한 씨앗키트의 10개 구멍 모두 문제 없이 싹을 틔웠고, 줄기/잎 대부분 건강히 자라고 있었다. 식물에 따라서는 중간에 쏙아주기 작업이 필요한데, 엽채류의 경우 자잘한 잎은 간단히 쏙아냈다.
재배 열흘차,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된다(11월 29일)
수확기가 근접한 엽채류(12월 10일)
재배 한 달 가까이 되자, 상칸의 엽채류는 거의 완전히 성장해 수확해 먹어도 좋을 만큼 자랐다. 농부가 매일 아침 논, 밭을 돌아보며 작물 상태를 확인하듯, 틔운 역시 매일매일 자라는 식물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나름대로 쏠쏠하다. 하칸의 화홰류 씨앗키트도 제법 성장해서 이후에 외부 화분으로 옮겨 심어도 될 듯하다.
재배 한달된 상칸 엽채류(12월 20일)
하칸의 화훼류는 다음 달 수확 예정이다(12월 20일)
외부의 영향이나 해충의 공격 등이 아예 없으니, 엽채든 화홰든 줄기와 잎이 대부분 건강하고 깨끗하다. 당연히 농약 같은 유해물질도 없으니 그냥 바로 따서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물에 한번 씻어 먹는 게 좋다.
수확기를 맞은 엽채류(청치마상추, 쌈추, 비타민)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완전하게 잘 자랐다. 엽채류 씨앗키트 3개는 본체에서 분리해 모두 뽑아 수확했다. 신선한 풀내음이 퍼지는 가운데 제법 많은 양의 갓 딴 채소를 얻었다.
수확한 채소는 씻어서 곧바로 먹을 수 있다
수확이 완료된 씨앗키트는 뚜껑(커버)을 분리하고, 잔식물(뿌리)은 음식물 쓰레기로, 나머지 종이/플라스틱 등은 각각 분리수거하면 된다. 이후 LG전자는 패씨앗키트를 수거 후 재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수확한 씨앗키트는 분리수거해야 한다
재배 첫 날부터 한달 동안 물과 영양제는 6번 보충했고, 엽체류 쏙아내기 한번 외에 딱히 신경 쓸 게 없었다. 작동 소음도 거의 없다. 빛은 설정 시간에 따라 오전부터 오후/저녁까지 자동으로 켜지고 꺼진다. 재배 환경 설정도 딱히 건드릴 게 없고, 기본값인 '표준'으로 설정하면 식물에 맞춰 틔운이 알아서 키운다. (물론 재배 환경은 상칸, 하칸 별로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다.)
LG ThinQ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동작/재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냉장고 같은 저 작은 공간에서 식물이 과연 잘 자랄까'하는 의구심은 엽채류 수확 결과물을 보니 말끔히 해소됐다. 제조사가 이런 결과를 얻어 상품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상상이 된다.
수확한 청치마상추, 쌈추, 비타민을 고기쌈이나 야채비밤밥 등으로 먹어보니, 야들야들, 부들부들, 아삭아삭한 식감은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직접 재배해 바로 딴 신선한 채소'라는 점이 식감보다 더 나은 만족감을 주는 듯하다. 수확량은 2~3인 식구라면 한끼 식사에 적합할 정도다.
LG 틔운으로 한달 넘게 재배하며 주변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씨앗키트 가격을 고려해 '그 돈이면 그냥 사서 먹겠다'는 소리였다. 3~4만 원대의 씨앗키트와 재배기간을 감안하면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한달 간 식물이 자라는 걸 눈으로 확인하며 직접 재배/수확해 보니, 먹는 것 이상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듯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자녀와 함께 재배하는 것도 좋겠다.
그저 채소를 먹기 위함이라면, 그들 말대로 마트에서 사서 먹는 게 여러 모로 낫다. 다만 틔운은 식용 채소를 비롯해, 일반 화초나 꽃, 허브 등을 재배할 수 있는 식물재배기다. 씨앗에서 발아해 싹을 틔우고 줄기로 올곧이 성장하는 식물을 지켜보는 목적이 더 크다. 매운탕을 먹기 위해 어항과 물고기를 두는 건 아니잖는가.
LG 틔운은 먹기 위함 보다는 관상/관리 위함의 식물재배기다
하칸의 화훼류 씨앗키트는 좀더 재배 후에 외부 화분으로 옮겨 심을 예정이다. 상칸은 다른 씨앗키트로 채우거나, 비워두고 상칸 전원만 꺼둘 수 있다. 씽큐 앱에 따르면, 촛불맨드라미와 비올라, 메리골드의 수확 예상 시기는 다음 달 초 즈음이다.
어느 정도 자란 화훼 씨앗키트는 스마트화분인 틔운미니로 옮길 수 있다(틔운미니는 출시 예정)
추가로, 물통 내 물이 1.3리터 이하일 때 물 보충 알림이 뜨는데, 알림 후 12시간 이후에는 급수/배수 중단되니 주의해야 한다. 이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예정이라면, 재배를 잠깐 중단하거나 수확 이후로 일정을 변경해야 하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확이 완료된 씨앗키트는 분리 수거로 버려야 하는데, 씨앗키트를 여러 개 재배한다면 향후 배출되는 쓰레기도 적지 않을 테니 이에 대한 LG 측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LG전자 홈페이지
현재 LG 틔운은 140~15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5년 또는 6년 의무사용 단위 렌탈 구매(유지/관리 서비스 포함)도 가능하다. 씨앗키트는 패키지별로 총 21개 종으로 구성됐으며, 이후 추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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