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5년새 전기차 화재가 12배 급증했지만 화재 진압 매뉴얼이나 장비가 부실해 초기 대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충전시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나 방재시설 규정 등이 전무한데다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순식간에 고열이 발생해 기존 화재 진압 방식으로는 대처가 힘들기 때문이다.
■ 올해만 전기차 화재 36건 29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36건이다. 2018년에 3건에 불과했지만 5년새 12배 늘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차량 화재는 2018년 4995건에서 올해 4142건으로 매해 감소세를 보였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하면 발생 건수가 적지만 발생시 조기 진화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상당수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에서 발생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과열 또는 충격으로 손상되면 순식간에 온도가 최대 1000도까지 오르며 화재로 이어지는데, 높은 온도 때문에 진압이 어렵다.
지난 26일 서울 강북구 번동 주택가 인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역시 불이 붙은지 8시간 반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배터리 열폭주를 화재 발생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보급 대수가 해마다 크게 늘면서 화재 위험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누적 기준)는 올 9월 기준 34만7395대로 5년 전인 2018년(5만5756대) 대비 7배 가량 증가했다.
■진압 장비 부족...표준 마련돼야 소방당국은 전기차 화재 진압 설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시중에 나온 장비들 역시 완전 진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 소방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소방청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18개 시·도 소방청 합산 기준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인 '질식소화덮개'와 '이동식 수조'는 각각 342개와 15개다. 특히 이동식 수조의 경우 강원, 충북, 경남 등 일부 지자체는 단 한 개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소방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도 표준화된 전기차 화재 진압 방법이 없다"면서 "질식소화덮개의 경우 불길이 옆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며, 이동식 수조도 초기 진압용이 아닌 재발화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현실적으로 전기차 소화에 이동용 수조나 질식포가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여전히 전기차 비상 조치나 대처 방법 등에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욱 진전된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충전시설 상당수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주택가에 있어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전시설에서의 화재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선 강북구 사례 역시 주택가 인근에서 전기차 충전 도중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로 일대 주민 22명이 대피했다. 지난해 11월 충주시 호암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도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과열돼 화재가 발생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전기차 충전시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나 방재시설 규정 등은 없는 상황"이라며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구역에 방화벽, 방화셔터를 설치하고 즉각 진화가 가능토록 설비를 구축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화재 진압과 관련해 국립소방연구원 등에서 연구를 적극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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