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2021년 태국에서 열리는 실내·무술 아시안 게임과 2021년 베트남 동남아 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또한 아시안 올림픽 평의회(Olympic Council of Asia, 이하 OCA)는 2018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를 시범 종목으로 채택한 데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e스포츠의 게임 종목 선정은 홍콩에 기반을 둔 아시안 전자스포츠협회(Asian Electronic Sports Federation, 이하 AESF)가 한다. 이 단체는 OCA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e스포츠 경기단체다. AESF는 올림픽 가치의 준수와 AESF와 OCA특정 기준과 요건에 기초하여 e스포츠의 정식종목 선정했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 8개와 시범종목 2개 총 10개의 메달을 놓고 각국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자신의 실력을 겨룬다.
아시안게임 e스포츠 세부종목(AESF),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와 같이 글로벌 결승 e스포츠 경기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4년만에 모여 e스포츠 선수는 자신의 기량을 겨루는 경기 더 큰 의미를 갖는다. e스포츠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국가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모습은 선수 개인의 메달 획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기존 대중이 e스포츠에 갖고 있는 과몰입, 폭력, 시간낭비, 중독 등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e스포츠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게임 종목 채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e스포츠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 아직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물론 종목 선정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외에도 국제 올림픽 위원회(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후 IOC)의 부정적 입장도 존재한다. 이러한 종목의 불안정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e스포츠가 풀어야 할 몇 가지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첫째, e스포츠는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의 가치에 부합한다는 논리적 타당성을 제공해야 한다.
OCA는 아시안 젊은이들의 스포츠, 문화, 교육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며, 스포츠의 공정한 경쟁으로부터 도덕적, 신체적 자질과 국제적인 존경, 우정, 호의, 평화와 환경의 증진으로 그 타당성을 설명한다. OCA는 바둑을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인정했듯이 e스포츠를 멘탈 스포츠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비록 e스포츠가 상업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OCA의 설립 목적과 크게 괴리되지 않는다.
반면에 IOC는 약간 다른 입장을 갖는다. IOC는 올림픽 모토(Motto of Olympic)인 더 빨리(CITIUS), 더 높이(ALTIUS), 더 강하게(FORTIUS)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신 운동을 통한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 이 모토는 경쟁을 하는 선수에게 최대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동기 부여를 부여하고, 최선을 다해 경쟁에 참여하는 것에 그 목표를 갖는다.
여기에 덧붙여 IOC는 경쟁에서 기회균등과 과정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IOC는 올림픽 종목으로서 인정은 올림피즘과 연관하여 설명한다. 올림피즘은 탁월함(excellence), 우정(friendship), 존경(respect)의 세 가지 가치를 지향한다. IOC는 올림픽 운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스포츠, 문화, 교육을 촉진하기 위한 근거가 되기를 희망한다. 즉 올림피즘은 노력에서 발견되는 기쁨, 좋은 본보기의 교육적 가치, 보편적 기본 윤리적 원칙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을 창조하고자 한다. IOC는 올림피즘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e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e스포츠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e스포츠의 과몰입, 시간낭비, 중독, 상업성을 강조하는 관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둘째, 종목 선정 기준의 명료함이다.
AESF는 AESF와 OCA가 정한 올림픽 가치 등 요건을 준수하여 아시안 e스포츠 종목을 선정했다고 했다. 2018년 6개의 전시 종목 중 2022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리그오브 레전드, 하스스톤, 피파 3종목이다. e스포츠 종목 선정의 변화는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 요소로 작동한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의 종목 선정은 개최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2020 항저우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을 선정한 AESF도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홍콩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단체다. 중국의 영향력은 e스포츠 시범 종목이 중국 기업이 만든 AESF 로봇 마스터, AESF VR e스포츠라는 2종목의 선정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물론 AESF 게네스 포그(Kenneth Fok) 회장은 이러한 시범종목의 선정이 시뮬레이션 스포츠에 긍정적인 IOC의 입장을 고려한 조치라고 셜명하고 있다. VR과 로봇의 포함은 차후 e스포츠가 비디오 게임보다 신체적 활동성을 강조한 VR e스포츠로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은 롤(LoL)과 도타(Data 2)와 같은 인기있는 e스포츠가 지금 아시안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있지만, 미래에 e스포츠 종목으로서 그 지속성을 갖는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비록 e스포츠 종목의 양태는 다르수 있지만, e스포츠의 특징과 가치에 부합하는 e스포츠 종목 선정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
셋째, 국가대표 선발전의 정당성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국가대표를 선발하기 위한 선수들의 참여권과 경기 진행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규정에 의거해 국가대표 선수단을 구성하기 위해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만든다고 했다. 이 위원회는 종목별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로 구성해서, 종목별 상임위에서는 선수 및 지도자 선발 과정을 총괄하고 선수단 지원 및 운영을 관리·감독하고자 한다. 그리고 소위원회는 선수 및 지도자 선발 방식을 논하고 종목별 훈련계획, 선수 및 지도자 선발안 등을 수립하게 된다. 구체적인 국가대표 선발전의 과정과 내용이 나와 보아야 알겠지만 지도자 선발 및 선수 선발과정 등이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개인전의 선발은 문제가 없겠지만, 롤(LoL)과 같은 경기는 팀 단위로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를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들도 뛰어난 한국 선수이기 때문이다.
넷째, 대한체육회의 인식 전환과 한국e스포츠협회의 역할이다.
현재까지 한국e스포츠협회가 e스포츠 선수나 관련 단체를 대변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에 가입하면 체육회의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과 의무가 부가된다. 예전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문체육단체와 생활체육단체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통합 가입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한체육회 회원자격을 상실했다. 하지만 최근 시·도체육회 가입 지회 10개를 확보하며 정식 회원인 준회원 가입 요건을 충족하였고 체육회 등급심의까지 무사히 통과했다. 대한체육회의 정식 가맹 종목단체 인정은 준회원의 자격이 필요하다. 준회원 단체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단일 종목단체로서 국가대표 선발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의 정식 회원이 되면 인건비 등의 재정 지원을 받고, 체육회가 진행하는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e스포츠의 대한체육회 가입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대한체육회의 입장에서는 e스포츠의 아시안 종목 선택을 넘어 스포츠의 관점에서 e스포츠를 어떻게 규정하고 인식해야 할 것인가의 근본적인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이는 e스포츠의 법적 지위와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체육, 체육단체, 경기단체에 포함되는지도 해결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e스포츠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주무 부처이다. 둘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지만, e스포츠는 제1차관 소속의 게임콘텐츠 산업과에서, 스포츠는 제2차관 소속의 체육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게임으로서의 법적 지위와 스포츠로서의 법적 지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어떠한 방식이던지 간에 풀어야 한다.
반면에 한국e스포츠협회도 e스포츠의 종목 선정과 관련된 명확한 선정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는 법률에 근거하여 한국e스포츠협회가 e스포츠의 종목 선정이 이루어 지고 있지만, 상업성을 배제한 공공재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권한이 있으면 책임도 따르기 마련이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의 단체가 된다면 단지 전문 e스포츠 단체 뿐만이 아니라 생활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협회 차원의 로드맵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생활e스포츠가 뒷받침되어야 프로e스포츠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는 e스포츠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스포츠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e스포츠 종목의 특성상 그 자체로의 경쟁력은 갖추고 있겠지만,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의 선택이 e스포츠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선정된 것이 e스포츠의 생태계 발전에 일조하겠지만, 그 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도 우리들 앞에 놓여있다. IOC나 일반사람들의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한 스포츠계와 e스포츠 간의 생산적이고 진지한 논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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