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 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홍기훈의 ESG 금융
ESG와 관련해 투자 가능한 (기업이 발행 가능한) 채권들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녹색채권(Green Bonds)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채권은 녹색 채권입니다. 녹색 채권은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입니다.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전기 자동차 등이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녹색 채권에 조달한 투자금은 친환경 활동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쓰일 수 있습니다. 녹색 채권은 'E'와 관련된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고 프로젝트 실패 시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2. 사회성과 연계채권(Social Bonds)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의 자본을 조달하는 채권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보통 정부와 연계해 발행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정책과제를 위탁받은 민간 업체가 복지사업을 벌여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관련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실패하면 보상해주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업자금은 운영업체가 정부와 맺은 약정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마련합니다. 이 채권은 복지 규모가 증가하면서 정부가 당면한 재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이후 5년 만에 전 세계 11개국, 45개 프로젝트로 확대됐습니다.
사회성과 연계채권은 'S'와 관련된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고, 성공 시 정부가 보상해주는 형태입니다. 최근 정부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수익구조로 봤을 때 매우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3.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s)
지속가능채권은 그린 프로젝트나 사회지원 프로젝트에 사용될 자금을 조달하는 특수목적 채권입니다. 'E'와 'S'를 합쳐놓은 것 외에는 위에서 소개한 두 채권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 사례가 아직은 없습니다.
4. 지속 가능 연계채권(Sustainability-linked Bonds)
지속 가능 연계채권은 위 세 채권에 비해 조금 독특합니다. 위 세 채권은 모두 특정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그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됩니다.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측정할 구체적인 척도와 조건들이 존재합니다. 반면, 지속 가능 연계채권은 특정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삼지 않습니다.
지속 가능 연계채권은 사실상 일반 채권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ESG 관련 프로젝트와는 아무 상관 없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됩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채권이 지급하는 이자 액수가 발행기업이 설정한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채권 발행 시 ESG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가 달성되면 낮은 이자를 지급합니다.
기업의 ESG 목표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들은 이 채권을 통해 ESG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기 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합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일견 수긍이 갑니다. ESG를 잘하면 이자를 낮춰주겠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를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기업이 ESG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높은 이자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즉 높은 수익을 원하는 보통의 투자자들은 이 기업이 ESG를 잘하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채권에 투자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시장에는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보다는 재무적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ESG와 관련하여 투자가 가능한 채권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몇 개의 칼럼에서 채권투자와 ESG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투자자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합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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