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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한국도 USB-C 표준화 움직임…겉으로 반대한 애플도 전환 준비 '착착'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25 18:21:50
조회 4749 추천 9 댓글 22
[IT동아 권택경 기자] 유럽연합(EU) 의회가 지난 24일 ‘공통 충전기 지침’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통 충전기 지침’은 전자기기의 충전 단자로 USB-C를 채택하는 걸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이번 법안에 따라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태블릿, 이북 리더기, 카메라, 게임기, 헤드폰, 이어폰, 휴대용 스피커, 무선 마우스와 키보드, 휴대용 내비게이션 등은 2024년까지 USB-C로 충전 단자를 통일해야 한다. 스마트워치처럼 크기가 작아 USB-C 단자를 넣기 어려운 제품은 예외다. 노트북은 2026년부터 적용된다.


USB-C 단자. 출처=엔바토 엘리먼츠



법안이 시행되면 기기에 맞는 전용 충전기나 케이블을 찾을 필요 없이 하나의 충전기만으로 대부분의 기기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 EU는 소비자들이 기기를 구입할 때 충전기 동봉 여부나, 충전 성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픽토그램(정보를 전달하는 그림 문자)도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새 기기를 구매할 때 충전기 동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EU는 법안 시행 4년 후에 해당 조항의 의무화 여부를 다시 평가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번 법안을 통해 소비자 편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충전기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폐기물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에 따르면 EU 내 소비자들은 충전기를 평균 세 개 보유하고 있으나, 이 중 두 개만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38%의 소비자가 호환 가능한 충전기가 없어서 전자제품을 충전하는 데 문제를 겪은 것으로 보고됐다.

USB-C로 충전 단자를 표준화하려는 시도는 세계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지난 6월 에드 마키, 엘리자베스 워렌, 버니 샌더스 등 미 상원의원들이 지나 레이먼도 미 상무부 장관에게 유럽과 같은 충전 단자 표준화 규정을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국내에서도 충전단자를 USB-C로 통일하는 국가표준이 제정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4일 전자제품 전원 공급과 데이터 전송을 위한 단자를 USB-C로 통합하는 국가표준(KS)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국가기술표준원



해당 표준안은 이미 지난 18일 기술심의회를 통과해, 표준회의 등의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이르면 내달 중으로 국가표준으로 제정된다. 국표원은 표준 제정 후 가이드라인을 출간하고 기업 대상 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USB-C 표준 적용 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소하여,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USB-C 적용제품을 구매,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표준에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실질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USB-C 표준화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에는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위한 단자로 USB-C가 탑재되는 추세다. 전 세계적 영향력이 큰 EU가 이번에 관련 법안을 마련한 만큼, USB-C는 사실상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문제는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폰5와 함께 공개한 전용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아이패드 프로를 시작으로 점차 라이트닝 단자를 USB-C 단자로 전환하고는 있지만, 대표 제품인 아이폰은 가장 최근 출시한 ‘아이폰 14’ 시리즈까지도 라이트닝을 고집하고 있다. 애플은 EU가 USB-C 표준화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애플도 점차 독자 규격인



하지만 EU가 법안 시행을 확정한 만큼 애플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법안은 EU 내 판매 제품에만 적용되지만, 유럽이 아이폰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인 만큼 EU 규제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유럽 판매를 위해 단자에 따라 모델을 이원화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애플이 표면적으론 USB-C 표준화에 반대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물밑에선 USB-C 단자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소식통으로 알려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마크 거먼은 애플이 USB-C를 탑재한 아이폰을 내부에서 테스트 중이라고 지난 5월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애플은 기존 라이트닝이 탑재했던 기기들을 점진적으로 USB-C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아이패드 10세대도 이전 세대와 달리 USB-C가 탑재됐다. 애플TV 4K 3세대와 함께 공개된 리모컨인 신형 ‘시리 리모트’도 라이트닝 대신 USB-C를 달고 나왔다.


최근 발표된 애플TV 4K 3세대에 동봉되는



소비자들 또한 USB-C로의 전환을 바라는 분위기다. 애플 제품 내에서도 USB-C와 라이트닝 단자가 혼용되고 있어서 불편함이 크기 때문이다. 거먼은 "USB-C로 통일하는 게 소비자나 애플 생태계에도 더 나으며, 애플 또한 이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애플이 EU의 USB-C 표준화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거먼은 “정부가 제품 개발 계획에 가이드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애플 제품의 작동 방식이 마음에 안 들면 법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면서 “애플은 정부 정책이 아닌, 자기나름의 이유 때문에 USB-C로 전환했다고 말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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