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에 배치돼 있는 U-2 정찰기가 지난 5일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대만 포위(봉쇄) 훈련을 했을 때 대만해협으로 출동했던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주한 미군 U-2 정찰기의 대만해협 출동은 지난 2020년 이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대만해협 포위 훈련은 전례 없는 고강도 군사 행동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유연성 등 주한 미군의 역할과 관련해 주목된다.
실시간 항공기 항적 추적 전문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오산기지를 이륙한 U-2 정찰기가 오전 9시 35분쯤 제주도 서쪽 해상에서 대만해협을 향해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만해협 상공의 항적이 직접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군 소식통은 “종전 U-2 정찰기들의 대만해협 출동 비행 경로를 감안할 때 대만해협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2가 출동했던 지난 5일을 전후해 중국은 대만 인근 6곳을 사실상 봉쇄 훈련 구역으로 설정하고 11발 이상의 둥펑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중 일부가 처음으로 대만 상공을 넘어갔고, 아시아 최대 구축함인 055형 2척 등을 대만 인근에 출동시켜 사격 훈련을 하기도 했다. 5일엔 각종 전투기와 정찰기 등 68대의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과의 중간선 동쪽 공역을 비행하다 복귀,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U-2 정찰기 등 주한미군 전력(戰力)의 해외 파견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미·중 갈등의 화약고인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도 U-2 정찰기가 계속 파견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대 20㎞ 고공에서 150여㎞ 떨어진 목표물도 감시할 수 있는 U-2 정찰기는 그동안 대북 감시용이었지만 2020년 이후 중국 견제용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중국 국방부는 우첸(吳謙)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군 U-2기가 중국군이 실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는 북부전구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와 정상적 훈련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해 말부터는 U-2의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출동이 잇따라 보도되기 시작했다.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20년12월과 2021년1, 2월에도 U-2기 출동 사실이 알려졌다. U-2기의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출동은 미·중 경쟁과 갈등이 고조될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주한 미군을 한반도 외 지역 분쟁 등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U-2 같은 정찰 자산뿐 아니라 주한 미공군 전투기 전력의 유사시 대만해협 사태 투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한 미공군 전투기 전력은 F-16 전투기 70여 대와 ‘탱크 킬러’ A-10 공격기 20여 대가 대표적이다. F-16의 경우 지난 2007년과 2017년, 2020년에 각각 태국에서 실시된 다국적 상륙훈련 ‘코브라 골드’에 참가했다. 지난 2020년 코브라 골드 훈련엔 주한 미공군 A-10 공격기도 이례적으로 참가했다. 특히 A-10기 6대는 지난 2020년 8월 오산기지에서 3000여㎞나 떨어진 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까지 가서 훈련을 한 뒤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주한 미군의 F-16이나 A-10이 해외에 나간 것은 주로 한국 내 실탄 훈련 어려움 등 훈련상 문제였지만 앞으로 임무 변화에 따라 대만해협 위기 등에도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와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다만 주한 지상군의 경우 정치적 부담 등이 크기 때문에 한반도 외 지역 투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U-2기의 잇따른 대만해협 파견은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된 ‘역동적 전략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의 일환인 것 같다”며 “특정 임무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을 단일 전구(戰區)로 해서 주한미군 전력도 활용 폭을 더욱 넓힐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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