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란드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무기 3종 세트를 대거 도입하겠다는 발표를 해 화제인데요, 이에 따라 올해 방산 수출액이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방산 수출이 세계 8위에서 5위권 안으로 우뚝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폴란드 방산수출 총액 25조, 탄약 등 포함하면 40조원 이상
우선 폴란드 수출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대거 사들이는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규모는 K2전차 980대, k9 자주포 670문, FA-50 48대 등으로 한국 방산수출 사상 최대 입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1차 계약 규모만 10조원대, 총 사업규모는 25조8000억원 수준이고 탄약운반장갑차, 지원전차, 탄약 등을 포함하면 총 규모는 40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수출은 국산 주력전차의 첫 해외 수출, 국산 경공격기의 첫 유럽 진출 기록도 세우게 됐는데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번 한국과 무기계약은 최근 몇 년간 방산 도입 중 최대 규모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지체 없이 폴란드군을 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계약이 정식 계약이 아니라 양해각서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폄하하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들 무기 제조업체인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오는 18일부터 다음달까지 본계약에 해당하는 이행계약을 체결, 구체적인 수량과 사업액수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식 계약에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 2017~2021년 방산 수출 세계 8위, 수출 증가율은 세계 1위
미 언론 등 해외 언론에서도 이번 폴란드 방산 수출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2일 한국산 무기가 ‘가성비’를 내세워 세계 방산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부와 민간기업이 하나로 뭉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무기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 방산 수출 급증 추세는 해외 전문기관이나 언론들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는데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 무기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2016년 1%에서 2017~2021년 2.8%로 늘었는데 이는 8위에 해당합니다. 1위는 미국(39%)이고, 2위는 러시아(19%)였고요, 3~7위는 프랑스(11%), 중국(5%), 독일(4%), 이탈리아(3%), 영국(3%) 등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2012~2016년과 비교해 지난 2017~2021년 무려 177%나 급성장했는데요, 이는 상위권 국가 중 압도적인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엔 지난해 방산 수출이 7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 전에는 매년 20억~30여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요.
◇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3,4위권까지 뛰어오를 가능성도
그러면 올해는 어느 정도 방산 수출이 가능할까요? 우선 폴란드에서 ‘초대박 수출’이 이뤄져 사상 최고액 돌파는 이미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방위사업청과 업계는 올해 폴란드를 제외하고도 100억~150억 달러 이상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는데요, 여기엔 우선 호주 차기 장갑차 사업이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50억~75억 달러에 달하는 호주 차기 장갑차 사업은 국산 차세대 장갑차 ‘레드백’이 유력 후보로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말레이시아의 FA-50 경공격기(10억 달러), 노르웨이의 K2 전차(17억 달러 이상), 중동 지역의 천궁Ⅱ 요격미사일, 차기 호위함, 비호복합 방공 체계(60억 달러 이상) 사업 등도 유망주로 꼽힙니다.
예상대로 이 같은 사업들의 수주에 성공하면 세계 5위권은 무난하다는 것인데요, 일각에선 잘 하면 3~4위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장기전 양상으로 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우크라이나전에 발목이 잡히고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세계 2위)는 대규모 무기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고요, 3~7위를 차지해온 독일,프랑스, 영국 등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등에 이어 3,4위권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3,4위가 아니라 5위권에만 진입해도 대단한 성과인데요, 이 같은 K-방산 성과는 제가 뉴스레터를 통해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누구 한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우선 해당 업체 관계자들이 10년 이상 공들인, 피나는 노력의 성과가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 취임사서 방산 수출 한마디도 언급 안했던 신임 방위사업청장
여기에 방위사업청과 군 등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는데요, 특히 지난 2020년 말부터 지난 6월까지 방사청장으로 사실상의 ‘방산 수출 사령탑’ 역할을 한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이나 폴란드 수출 성사를 위해 8차례나 폴란드 출장을 갔던 성일 방사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등의 역할도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현 방사청 수뇌부 등의 방산수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엄동환 현 방사청장은 지난 6월 취임사에서 “김정은에 좌절과 처절한 패배 주는 무기 공급”을 언급하셔서 많은 분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는데요, 보기 드문 소신 발언에 저도 성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짧지 않은 그의 취임사 중에 방산수출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고, 그 뒤에도 엄청장이 방산수출을 강조한다는 얘기는 잘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께서 기회있을 때마다 방산수출 지원 및 육성 의지를 밝혀오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어서 헷갈린다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엄청장은 방산 수출은 업체가 앞장 서고 방사청은 뒤에서 지원한다는 철학 아래 최근 호주 출장을 다녀오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만, 방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지수는 좀 약한 게 현실입니다.
◇ 방사청과 대통령실 참모진의 적극적인 방산 수출 지원 자세 필요
방산 수출은 업체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방사청과 국방부 등 군, 대통령실, 경제부처, 국회, 언론 등이 오케스트라처럼 유기적으로 적극 협조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방사청과 대통령실 참모진 등 새 정부 수뇌부가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방산 수출에 임해주기를 바랍니다.
방산 수출이 늘지 않으면 한국 방산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인데 방산이 무너지면 한국군 신무기 적기 도입도 불가능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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