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류종화 기자] 1990년대 후반, 손노리는 국내 최고 팬덤을 지닌 개발사 중 한 곳이었습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포가튼 사가, 화이트데이로 이어지는 연타석 흥행에 국내 게이머 대다수가 그들의 후속작에 집중했고, 2000년 말에는 김학규 사장이 이끄는 그라비티와 함께 개발한 악튜러스를 통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죠.
악튜러스는 태생부터 기대작이었던 만큼, 광고에서도 다른 게임과는 다소 차별화 된 노선을 택했습니다. 게임 설명이나 스크린샷 등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티저 이미지 정도만 보여주는 이미지 위주 광고를 진행한 것이죠. 이미 게임에 대한 세부사항은 꾸준히 잡지를 통해 공개해 왔기에, 광고에서까지 이를 알릴 필요가 없어서 가능했던 전법입니다. 실제로 당시 게임잡지 광고를 보면 악튜러스의 이러한 자신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악튜러스 첫 잡지광고는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0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주인공 '남자'아이인 시즈 플레어 코스프레를 한 여성 모델이 문가에 서 있습니다. 설정상으로도 게임 내 모습으로도 시즈는 맨날 여성으로 오해받을 만큼 곱상한 외모를 띄고 있어, 코스프레 역시 여성이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뭐, 엔딩에서의 모습을 보면 더욱 적절한 모델 선정이 아닐까 싶네요.
이 이미지를 제외하면 광고 자체엔 게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기다릴게'와 'Waiting for you'라는 문장, 그리고 게임 이름 정도가 다네요. 그렇지만 악튜러스라는 게임명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마법의 광고입니다. 아래쪽에는 그라비티와 손노리, 위자드소프트 로고가 새겨져 있네요.
10월호 광고 역시 화보집을 연상시키는 사진들로 채워졌습니다. 다만, 이번 광고는 얼핏 봐서는 시즈인 것 같지 않은, 굉장히 일상적인 현대 사진처럼 나왔네요. 더불어 게임명 정도만 있는 티저 광고였던 저번 달과 달리, 이번에는 3D 맵 위에서 2D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악튜러스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아기자기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2D-3D 그래픽이었습니다. 이 특유의 그래픽은 나중에 그라비티 차기작인 라그나로크 온라인, 그리고 김학규 대표의 IMC게임즈에서 만든 트리 오브 세이비어까지 이어지죠.
11월호 광고를 보면, 그나마 몇 장 있던 사진조차도 버리고 흰 바탕에 음각 형태 로고만 남겨놓았습니다. 광고에는 2000년 11월 30일 발매 확정이라고 쓰여 있지만, 실제로는 12월 중순에서야 정식 출시됐습니다. 여기에 초회판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전면 리콜되면서 실제 물량이 풀린 건 12월 말이었죠. 뭐, 손노리는 이전 포가튼사가에서 10차례 이상 출시를 연기한 바 있기에 이 정도는 정시 출시라 여겨졌다는 게 재밌는 부분입니다. 이것과 동시에 프리미엄 패키지 예약접수 문구도 걸려 있군요.
그리고 마침내 12월. 악튜러스 발매가 다가왔습니다. 워낙 기대작이니만큼 잡지 표지도 악튜러스 이미지로 장식돼 있네요. 참고로 잡지에도 11월 30일 발매라고 쓰여 있긴 한데, 실제로 12월호 잡지는 11월 20일쯤 완성되고 서점에 풀리는 것도 11월 말이었기에 발매 연기 소식 적용이 약간 늦었습니다.
12월달에는 광고 최초로 게임 아트워크를 내세웠습니다. 모닥불 근처에 모여 있는 주인공 일행을 그렸는데요, 시즈와 마리아를 필두로 텐지, 엘류어드, 아이, 피치, 캐럿 등이 보입니다. 살짝 밝은 느낌의 인게임 이미지와 사뭇 다른 이미지인데, 분위기 자체는 더 사네요. 역시 발매일 표기는 11월 30일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게임이 발매되고, 다음달인 2001년 1월에도 악튜러스 광고가 실렸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설원에서 노는 장면인데요, 지금 보면 살짝 의아한 곳이 몇 개 보입니다. 뒤쪽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텐지와 엘류어드는 둘째치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눈밭임에도 불구하고 옷이 지나치게 얇거나 노출이 심합니다. 입김까지 불어닥치는 날씨인데도 말이죠. 대충 저 정도 날씨면 두꺼운 옷을 걸칠 만 한데... 설마 마법의 힘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걸까요?
발매로부터 두 달이 지난 2월에는 그 동안 나온 광고 이미지들을 한데 모은 종합판이 게재됐습니다. 왼쪽에는 앞서 소개하지 않은 이미지도 보이는데, 아마도 다른 매체를 통해 선보여진 광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2월 잡지에는 디지틀조선일보 게임아카데미 광고도 실렸는데, 1월달 광고에 사용된 악튜러스 눈싸움 이미지가 사용됐습니다. 보통 게임아카데미 광고에 게임 이미지가 들어간다는 것은 해당 일러스트를 해당 아카데미 졸업생이 그렸을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 경우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지간히 대작이 아니고서야 시도하기 힘들다는 이미지 광고를 과감하게 진행했던 악튜러스. 그러나 이후 손노리와 그라비티 간 사이가 멀어졌고, 그 사이 판권이나 저작권도 애매하게 되어 후속작이나 리메이크도 없이 그대로 사라진 비운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혹시 손노리나 IMC게임즈, 그라비티, 혹은 제 3 개발사에서 악튜러스 출시 20년을 맞아 리메이크나 후속작 개발을 깜짝 발표해 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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