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평론가
꼭 3년 전 요란했던 편의점 GS25 포스터 사건을 기억하시는가? 당시 GS25 측은 여름철을 앞두고 '캠핑 가자'라는 이름의 판촉행사를 벌이면서 전국에 홍보 포스터를 뿌렸다. 그때 튀어나온 게 이른바 메갈리아 집게손가락 시비였다. 집게손가락이 남성 혐오를 뜻하는 것이라며 시끌시끌해졌고, 그 통에 젊은 남자들은 불쾌하다며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이대남 즉 2030 젊은 남자들은 왜 분개했을까? 그걸 디자인했던 여성은 남성 혐오 사이트로 악명높은 메갈리아의 회원이거나 동조자일 것이고, 그런 혐오의 메시지를 상업포스터에 집어넣으려 장난쳤다는 게 그들의 인식이다. 놀랍게도 그런 일이 요즘 들어 거푸 터졌다.
한 번은 가수 임영웅이 무심코 썼던 남성 비하 페미니즘 용어인 '드릉드릉' 사건이다. 당연히 이대남 등 네티즌이 발끈했다. 다른 때라면 더 난리가 났을텐데 마침 더 큰 르노코리아 사태가 터지면서 그걸 덮어버렸다. 놀랍게도 그곳에서 신차를 준비하면서 만든 홍보 동영상에 문제의 집게손가락이 재등장한 것이다. 3년 전 GS25 포스터 사건의 재발이다.
그 바람에 투자액 1조 5000억 원에 4년을 공들여온 신차 프로젝트가 좌초 직전이다. 그렇다. 정말 파괴적 이념이지만, 국민이 실체를 모르는 게 페미니즘이란 괴물이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소모적 시비가 벌어지고 40대 이상 연령층의 사람들은 이게 뭐지 하며 어리둥절해 한다. 물어보자. 지금도 페미니즘 하면 당신은 여성 인권과 지위 향상을 말하는 아름다운 그 무엇이라고 아시는가? 그게 아니다.
문제가 된 GS25 포스터
페미니즘은 한마디로 세상을 고약하게 만드는 숨은 요인의 하나다. 저들이 쓰는 말부터 그렇다. 가수 임영웅이 썼다는 말 '드릉드릉'은 약과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한남충', '한남또'라든지 '씹치남' 같은 낯선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어감도 나쁘지만 내용은 더욱 고약한데, 모두 페미니즘에 빠진 여자들이 한국남자를 싸잡아서 비하하는 말이다.'한남또'라는 단어는 '한국 남자가 또'의 줄임말로 한국 남자들이 또다시 사고 치고, 악행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실은 한남충 자체가 꼴페미('페미니즘 하는 꼴볼견 여성들'이란 의미로 남자들이 주로 쓴다)들이 쓰는 고약한 용어다. 한국 남자는 벌레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남자 꼬마아이를 두고 '한남유충'이라고 놀려댄다. 물론 젊은 여성들끼리의 은어다. 정말 제정신인가? 자기들의 뱃속에서 키우고, 미래의 주인공으로 커갈 아이들에 대해 저렇게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게 올바른 것인가? 저들이 아이를 낳으려들지 않지만, 낳는다 해도 겁이 날 지경이다.
그리고 씹치남은 욕설인 '씹'과 체구가 작은 남자를 뜻하는 멸치남을 합친 단어로 한국남자가 외국남자에 비해 체구가 작고 비실비실댄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꼴페미들은 자신이 한국 남자들의 악행에 맞서싸우는 정의의 투사라는 헛된 자부심까지 품고 있다. 이 정도면 집단 정신병에 속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급기야 다시 터진 게 국내 최대 여성커뮤니티에서 지난 1일 밤 발생한 서울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희생자들을 조롱·혐오하는 글이다. 그 커뮤니티 회원들은 사고 희생자 9명이 모두 남성이라는 소식을 두고 "볼링절로 기념하자"거나 "스트라이크" "이 정도면 훈장 줘야하는 거 아니냐" "잘 죽었다" 등 조롱하는 글을 떼거지로 올렸다.
또 다른 글은 "이번 교통사고는 그냥 자연 현상 아닐까. 한남(한국남성)만 X많으니까 한남만 죽는 자연 현상"이라고 주장하자 "자연사 인정"이라는 최악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남성 혐오를 넘어 남성 살해본능의 광기다. 심지어 커뮤니티 회원들은 사고를 낸 운전자를 두고 '한남 킬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시는가? 그 커뮤니티는 85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했다.
단순히 신청한다고 가입이 되는 게 아니다. 실명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관리자에게 보내야 하며, 승급하기까지는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물어봐야 한다. 이걸 지휘하는 콘트롤타워인 메갈리아란 코뮤니티는 언제 생겼을까?
여기에서 나온 게 또 다른 워마드란 사이트인데, 실은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다. 코로나 이전 즉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 9년 전 그러니까 2015년 여름이다. 당시 홍콩에서 "한국인 격리 대상자 가운데 여성 2명이 유독 나서서 격리 요구를 거부했다" 소식이 국내 전해졌다. 해당 소식을 접하자 떠들썩해진 인터넷에서 남자들이 입방아를 찧었다. "김치녀들 때문에 우리가 다 죽게 생겼네, 국제 망신이다"고 말했고, "이건 마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 같네?" 하고 놀려댔다.
'이갈리아의 딸들'이란 소설에서 여성들은 억센 여장부로, 남성들은 숨죽인 채 살아가는 순종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어쨌거나 그런 일부 못난 남자들을 보고 많은 여성들이 이를 악물었다. 여자들을 무조건 혐오의 대상으로 본다면 앞으론 그걸 우리가 되갚아주마. 그렇게 해서 '메갈리아'란 사이트가 탄생했다. '메갈리아'는 무슨 뜻이냐? '메르스'와 '이갈리아의 딸들'이 합해진 말이다.
어쨌거나 현실적으로 메갈은 무시무시한 극렬 페미니즘을 뜻한다. 그런 남녀전쟁이 정상일 리 없지만, 한국의 평균적 여성들은 십중팔구 그런 꼴페미에 물들었기 십상이다. 아니 40~50대 여성까지 그런 풍조에 물들었다. 그들 대부분에게 자신들의 아버지는 물론이고, 남자형제들까지도 갈아엎어 버려야 할 존재다. 심지어 자녀에게도 적대감의 이빨을 드러낸다.
이래서 가정이 유지되겠는가? 그 이전에 결혼 남녀의 출산율이 높아지겠는가? 아니 젊은 남녀가 결혼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출산 절벽에, 사회적 지옥, 그게 우리 한국의 현주소다. 더 골치 아픈 건 이걸 이용해먹는 정치권이다. 문재인은 집권 전부터 "나는 페미니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뭘 알고 그랬을까? 어리둥절할 뿐이다.
나름 똑똑한 이재명은 페미니즘과 조금은 거리를 두는 척하지만 결국에는 그걸 이용해 먹기에 바쁘다. 아니다. 정말 문제는 국힘당이다. 전 당대표 이준석 외에 페미니즘 문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한 대권주자는 한 명도 없다고 봐야 한다. 이대론 안된다. 탈선을 일삼는 꼴페미를 순치하고 정상화하는 것, 그래서 출산 절벽을 극복하는 것까지가 한국사회의 공동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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