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 수프라, 이 차를 논하기 전에 그동안 토요타 수프라가 달려온 길을 살펴보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스포츠성이 짙어진 차라고 말할 수 있겠다. 1세대 수프라의 경우, 셀리카 XX 혹은 셀리카 수프라로 제일 처음 데뷔한 게 바로 1978년이다. 이때 당시 수프라는, 파생형 모델에 가까웠다. 당시 북미 토요타에서 닛산의 페어레이디 Z의 흥행에 위기감을 느껴 만들어낸 토요타 자체적인 스페셜리스트 같은 존재였으며, 애초에 시작점은 ‘고급 스포츠카’의 성격을 가진 녀석이었다.
그런데도, 2세대 수프라로 진입하면서 고급 스포츠카의 이미지는 숨겨진 명작 ‘소아라’에게 물려주면서 본격적인 정통 FR 스포츠카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4세대인 A80 수프라로 이어지면서, 정점에 이르기까지 했던 수프라였지만 환경규제 앞에서 그만 단종의 길로 접어든 비운의 명차였다. 그러나 꼬박 17년 만에 다시금 부활하면서 토요타의 고성능 브랜드 배지인 GR을 부여받은 첫차로도 유명한데, 그런 수프라가 최근 수동 변속기를 장착한 한정판 모델을 공개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는 중이다.
글 권영범 에디터
토요타 팩토리
레이싱팀의 약자
가끔 GR 수프라를 소개할 때, 네티즌들이 의문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프라 이름 앞에 부여된 ‘GR’이라는 이름인데, 이 이름은 다름 아닌 토요타 팩토리 레이싱팀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Toyota Gazoo Racing이며, 여기서부터 GR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이다.
쉽게 말해, 토요타 레이싱팀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브랜드 마케팅을 실시한 최초의 차량이란 것이다. 때문에, 출시되기 전부터 GR 수프라를 향한 관심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기대와 기쁨도 잠시였다. GR 수프라의 개발이 BMW와 손을 잡고 Z4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파워트레인도 똑같이 들어간다는 부분에서 JDM 팬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참고로 엔진은 BMW의 B58 L6 터보 엔진을 장착했으며, 변속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ZF제 8단 자동 변속기다.
실망은 잠시였다. BMW Z4를 기반으로 하지만, GR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가지 않게끔 만들고자 의지가 강력했던 것이었을까? 쿠페 스타일의 바디 스타일은 얼핏 짐작만 하더라도 ‘달리기’라는 키워드가 저절로 떠올랐으며, 토요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강성을 자랑하는 바디를 GR 수프라에 적용하였다. 추가로 바디 길이를 휠베이스와 함께 이상적인 비율을 계산하여 1:5:1로 조율하였다곤 했지만, 공학적인 부분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아무튼,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곤두세워 만든 차량임은 틀림없었다.
하체와 트랙션을
손본 달리기 머신
이번에 토요타에서 새롭게 선보인 GR 수프라의 한정판, GR 수프라 A91-MT 에디션은 500대 한정으로 판매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A91이라는 이름에서 과거 A80 수프라의 후속작이라고 알리는듯한 네이밍은, 상당히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이다.
A91-MT 에디션은 일반 GR 수프라에 비해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 기본적인 외형은 동일하지만, 가장 먼저 도드라지는 부분은 당연히 변속기다. 수동 변속기를 제공하여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게 주요 포인트며, 서스펜션과 트랙션 컨트롤 기능 또한 수동 변속기에 맞게끔 재조정을 거쳤다. 엔진도 손을 봤다. A91-MT 에디션은 최대 출력 387마력, 최대 토크 50.7kg.m에 달하는 성능을 가졌다. 이는 일반 모델보다 47마력이나 높아졌지만, 최대 토크는 0.3kg.m가량 낮아졌다.
아울러 와인딩에서 적극적인 재미를 위해 ‘헤어핀 플러스’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기능은 엔진의 토크를 제어해 좌, 우 뒷바퀴의 출력을 조절하여 적극적인 휠 스핀을 유도하는 기능이다. 이 말인즉, 인위적으로 오버스티어를 유발하여 운전의 스릴을 챙겼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체를 손봤다면, 당연히 섀시의 조율도 이뤄져야 하는 법이다. 이번 A91-MT 에디션은 수동 변속기 장착을 위해 스티어링 기어비가 변경된 스티어링 기어 박스를 장착했다. 이에 따라 적은 조작으로 더 넓고 예민한 감각을 선사하고, 액티브 리어 디퍼렌션은 A91-MT의 출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노면에 분포한다.
일반 모델에 비해
경량화 이뤄져
이번 A91-MT 에디션에서 한 번 더 도드라지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 부분은 바로 경량화다. 수치적으로는 38.3kg 가벼워져 숫자상으론 별달리 와닿지 않은 수치지만, 달리는 차량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단 1kg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모든 걸 탈거하고 달리는 걸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상당히 유의미한 수치로 다가올 것이다.
경량화를 위해 휠부터 달리했다. A91-MT 에디션에 장착되는 19인치 휠은 경량화를 거친 휠이며, 각종 여러 부분에서 덜어낼 것으로 덜어내어 얻어낸 결과물로 알려졌다.
이번 A91-MT의 경우 일반 모델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수프라 레터링에 빨간색으로 도색을 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추가로 코냑 가죽 시트, 알칸타라로 장식이 이뤄진 기어 레버, 드라이빙에 빠질 수 없는 오디오 사운드 역시 JBL 시스템을 장착하였다.
이번 A91-MT 에디션은,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토요타 코리아의 입장 또한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토요타 86의 수동 변속기 판매 이력을 생각해 본다면 마냥 허황된 꿈은 아닐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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