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출형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CG /한화디펜스 영상 캡처
최근 2조원 규모의 K9자주포 이집트 수출 계약이 이뤄졌는데요, 일각에서 과도한 가격 인하, 수출입은행의 파격적인 구매자금 지원 특혜 의혹 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이집트에 해안포 용도 등으로 K9 수출, 상당수는 현지 조립생산
지난 1일 한화디펜스는 이집트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공급하는 ‘K9A1 EGY(이집트 수출형) 패키지 수출’ 계약을 현지에서 체결했는데요, 이번 계약 금액은 2조원 규모로 K9 자주포 해외수출 사상 가장 큰 수준입니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가칭) 사격지휘장갑차를 이집트 육군과 해군에 공급하고 현지 생산을 지원할 예정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질 완제품 초도 물량은 오는 2024년 하반기까지 납품될 예정이고, 이후 잔여 물량은 기술이전 등을 통해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장비 운용교육 및 부대, 야전, 창정비 등의 후속 군수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K9 자주포가 지난 2017년 이집트 해안에서 해상 표적을 향해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 K9은 표적 함정을 명중시켜 이집트군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 영상 캡처
특히 이번 이집트 수출과 관련해 흥미로운 것은 해군용 K9 자주포가 처음으로 수출된다는 것인데요, K9이 어떻게 해군용이 됐냐구요? 이집트 해군이 적 함정 접근거부용 해안포로 도입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엔 지난 2017년 현지 시험평가 과정에서 K9이 표적함을 명중시켜 이집트군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군요. 한화디펜스는 지난 2005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이집트에 K9 수출을 추진하다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됐다는데요, K9 수출 숫자는 대외비에 돼있는데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200문 가량 된다고 합니다.
◇ 문대통령 이집트 순방과 맞물려 무리한 계약 추진 의혹 제기
그러면 이번 수출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①정부 압박으로 가격을 지나치게 낮춘 것 아닌가?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 순방과 맞물려 ‘수출 성사를 위해 방위사업청 등 정부가 업체(한화디펜스)에 무리한 압박을 가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한 것 아니냐’가 의혹의 핵심입니다. 호주에는 K9 30문, K10 15대 등을 수출하는데 규모가 1조원에 달하지만 이집트는 이보다 훨씬 많은 200문을 수출하면서 왜 2조원 밖에 되지 않느냐, 가격을 너무 후려쳐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법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이사(왼쪽)와 오사마 에자트 이집트 국방부 전력국장이 지난 1일 이집트 카이로 소재 포병회관에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K9 자주포 수출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하지만 방사청과 한화디펜스에선 “절대 손해 보고 파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등 정부는 무리하게 계약하려고 맘 먹었으면 문 대통령 순방 기간중 했지 왜 그 뒤에 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이유중의 하나가 우리가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가격보다 이집트측이 10% 가량 더 깎아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이는 끝내 우리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호주 K9은 이집트에 비해 훨씬 고사양으로 비싸
호주 수출 케이스와 대당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수출 국가별로 요구 사양과 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호주 수출형 AS9의 경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 K9과도 외형이 상당히 다릅니다. 전차처럼 궤도보호용 스커트 등 각종 장갑이 붙어있는 등 엄청난 고사양인데다 생산시설 건립 비용 등 사업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1문당 가격이 10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군 K9보다 훨씬 비싼 것이지요. 우리가 호주 수출을 추진중인 레드백 장갑차의 경우도 장갑차이지만 대당 가격이 우리 육군 K21 보병전투장갑차의 3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주와 달리 다른 나라는 이집트와 비슷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집트처럼 현지생산이 많았던 인도의 경우 100문 수출에 4000여억원이었고, 터키는 280문 수출에 7000여억원이었던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이처럼 수출대상 국가별로 조건 등에 차이가 많이 때문에 외형상 숫자와 규모(비용)만 갖고 획일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팩트입니다.
2021년12월 1조원 규모의 호주 수출 계약이 체결된 국산 K9 자주포 AS9 '헌츠맨' . 장갑판 등 방호능력이 강화되고 첨단 장비도 추가돼 우리 군의 K9보다 훨씬 비싸게 수출된다. /한화디펜스
②이집트 구매자금 수출입은행 80% 대출은 유례 없는 특혜 조건 아닌가?
이번에 한국 수출입은행이 80% 대출해주는 돈으로 이집트가 구매하게 되는데요, 이 또한 유례 없는 특혜인 것처럼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자국 은행이 대금을 융자해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여러 방산 선진국에서도 관행적으로 활용해온 방법입니다. 다만 이런 방산수출 파이낸싱은 민감한 사안의 성격상 구체적인 내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 인도네시아 T-50 수출 등에도 비슷하게 수출입 은행 금융 지원
우리나라의 경우 인도네시아 T-50 및 잠수함 수출 때 수출입 은행이 1조5000억원 가량의 대출을 해준 적이 있는데 이는 계약금액의 80% 가량에 해당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여러해 전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이집트에 팔려 화제가 됐었는데 이때 프랑스도 이집트에 대금의 80% 가량을 차관으로 제공해 수출을 성사시켰다고 하지요.
아울러 일각에선 “이집트가 전에 우리 탄약 수출 때도 대금을 제대로 갚지 않아 애를 먹였는데 나중에 이집트가 우리 은행 융자를 갚을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하는데요, 이에 대해 한 고위 소식통은 “이집트는 1억 달러 이상의 우리 풍산 탄약수출 플랜트 대금을 큰 문제 없이 지급해 추가 사업도 추진중”이라며 “프랑스 라팔의 경우도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③현지생산에 따라 북한 등 제3국 기술유출 가능성은 없는가?
이집트는 북한·중국과 가까운 나라인데요,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K9 현지생산에 따라 우리 무기기술이 북한·중국 등 제3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집트가 얼마전 부터 미국의 M1A1 전차, 아파치 헬기 등 최신 무기들도 수입해 운용하고 있고, 심지어 M1A1 전차의 경우 무려 1200대 이상을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K9 자주포를 현지 생산하게 될 시설도 미국제 M1A1 전차를 생산했던 곳이라는군요.
◇ 이집트, 미국제 M1A1 전차 1200여대 현지생산도
아시다시피 미국은 북한·중국 등 적성국가에 대한 방산기술 유출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통제·관리하는 나라입니다. 우리 T-50 훈련기로 구성된 블랙이글스가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 참가하려 했을 때 중국이 T-50 기술을 훔쳐볼지 모른다며 막았던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가 최신 전차 현지생산을 허용한 수준이기 때문에 방산기술 유출은 그리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게 군 당국과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집트는 지금도 미국으로부터 안보지원 목적으로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받아 미국 무기체계를 구입하고 있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부터도 상당수의 무기체계를 구매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아울러 이번 수출이 현지생산에 따라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현지생산은 호주, 인도, 터키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적용됐던 방식이고 미국도 1200여대의 M1A1 전차를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한 적이 있습니다.
이집트 K9 수출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제가 취재한 내용을 ‘팩트체크’식으로 말씀드렸는데요, 물론 업체와 방사청 등의 오랜 노력에 막판에 ‘숟가락’을 얹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청와대의 행태는 비판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방산 수출은 우리 산업경제 측면이나 국가안보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추진해야 할 사안입니다.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히 비판해야겠지만 잘한 일은 잘했다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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