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평론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싸고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불거진 또 하나의 사건으로 신문방송이 어지럽다. 이른바 군기훈련 중 발생한 훈련병 사망 사건으로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려지고 있고, 사람들은 또 예민하게 반응한다.
훈련병 가해자 중대장이 여성이고, 사고 이후 그가 멘토를 배정받아 심리상태를 관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지면서 더욱 그렇다. "피해는 훈련병이 입었는데, 중대장이 피해자로 둔갑한 듯", "그럼 (살인마) 조두순도 멘탈 관리를 해주라"며 온라인 커뮤니티는 와글댄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나라 지키는 군의 특수성과 사기를 외면하는 쪽으로 치닫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견디다 못한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국민 여러분, 해병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한 신문에 눈에 확 띄는 의견광고를 실었을까? 채 상병이 사망한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군 순직 사건을 정치쟁점으로 끌고 가는 건 해병대를 포함한 대한민국 군 조직을 와해시키는 일이라는 그들의 피 끓는 아우성에 공감하지 않을 이 누가 있을까?
민주당 이재명 정도가 킬킬대며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도무지 이건 정상이 아니다. 불길한 건 채 상병 사건이 이걸로 끝나지 않고 윤 대통령이 조사 받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 통보를 받은 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이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얼차려 중 쓰러진 훈련병 영결식 엄수 ⓒ연합뉴스
이러다간 대한민국은 해병대를 포함한 군대의 와해는 물론 군기훈련 중 발생한 훈련병 사망 사건에서 보듯 나라를 지키는 특수 조직인 군이 정말로 큰 상처를 받을 것이 새삼 우려된다. 오늘 지적하지만, 이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꼭 10년 전 윤 일병 구타 중 사망 사건의 전개 과정과 그렇게 닮을 수가 없다.윤 일병은 당시 육군 28사단 소속으로 구타 사망 사건의 피해자였다. 문제는 "국방장관은 자식도 없나?"라며 당시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대표 김무성은 한민구 신임 국방장관을 불러서 대놓고 호통쳤다. 어떤 당의 원내대표는 청와대 김관진 안보실장의 인책을 거론했다. 그리고 1등 신문이라는 한 조간지는 1면 톱 제목은 "온몸에 멍든 대한민국 군(軍)"이란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침소봉대도 유분수인데, "윤 일병 사건에 국민 분노 폭발/뿌리 깊은 군 문화를 바꿔야"하는 부제목만 보면 세상이 난리가 난 듯도 했다. 그날 이 신문의 사설 제목도 이랬다. "병사 학대 숨기려고만 하니 누가 군을 믿겠는가?" 군과 안보 상황 전반에 대한 구조를 보지 못하는 언론들이 군대 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슴에 불부터 지르는 모양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군 통수권자다운 무게있는 발언을 속으로 기대했지만, 그 역시 기존의 신문 보도 내용을 반복하며 수사과정에서 일벌백계를 언급했다. 다음 날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이 옷을 벗어야 했던 것도 우린 모두 기억한다.
오늘 칼럼은 명쾌하다. 이렇게 어수선하고도 나라가 굴러간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정부 있는 무정부 상태'의 연속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되물어어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특히 민주당처럼 정쟁에만 관심있는 운동권 정당인 야당, 경마징식 널뛰기 보도로 국민 가슴에 불을 지르는 무책임한 언론, 상황을 콘트롤 못하는 정부여당의 각성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식이지만 채 상병 사건의 경우 민주당의 어제 오늘의 태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군 사망 사건, 성폭력 등에 대한 수사는 군 수사 기관이 못하게 군 형법을 저네들이 멋대로 변경해놓았던 것이 출발이었다. 지금에 와서 수사권도 없는 해병대 수사단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수사 결과 보고서까지 만들었다는 것부터 코미디였다.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으로 감옥으로 보내야 사안이다. 그렇다면 수사권도 없는 해병대 수사단에 국방부가 수사를 방해를 했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것도 상식이다. 이후 상황은 더욱 가관이다. 국방부 장관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군 수사권에 대해 직권을 남용했다며 공수처에 고발하는 것은 목불인견의 수준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능동적 대응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너무 미온적이며, 마치 적의 처분을 바라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건 패착 중의 패착이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에게, 윤 대통령에게 무슨 큰 잘못이나 약점 있는 것처럼 알고 있다. 이건 아니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민주당과 국민을 향해 현 상황의 핵심을 말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통솔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해법은 이미 나와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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