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열병식서 공개됐던 화성 17형 ICBM -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화성-17’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모습. 사거리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성-17형은 길이 23~24m이고 이동식 발사대 바퀴가 22개에 달해 세계 최대의 ‘괴물 ICBM’으로 불린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SNS여론전 등 하이브리드전 통해 예상외로 선전하는 우크라이나
하이브리드전은 기존의 재래식 전쟁·비정규전·사이버전에다 가짜 뉴스, 심리전, 외교전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온갖 도구를 동원,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개념입니다. 우크라이나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참하게 파괴된 러시아 전차, 전투기 등의 모습을 전세계에 알리는 SNS전, 러시아군 포로 모습을 공개한 심리전, 우크라이나 민간피해를 알리는 국제 여론전, 국제 IT 의병(해커) 및 해외 의용군 모집, 스페이스X, 메타 등 세계적 대기업과의 연대 등이 하이브리드전에 해당됩니다.
특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SNS 등을 통해 결사항전 의지를 밝히는 것은 물론 미 의회 지도부 및 의원들과 직접 통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며 ‘직거래’했는데요, 이는 과거의 전쟁에선 볼 수 없었던 하이브리드전 장면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처참하게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 우크라이나군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에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photo 우크라이나 SNS
원래 하이브리드전의 종주국이자 최강국은 러시아였습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 군사작전과 사이버전, 심리전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전의 위력을 보여줬지요.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우크라이나 정부·은행 웹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등 사이버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SNS 등을 활용한 여론전, 심리전 등에선 우크라이나에 크게 밀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 북, 한.미 길들이기 차원서 다양한 수단 하이브리드 도발 예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에 완패했던 미국도 이를 교훈 삼아 새로운 방식의 하이브리드전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가 16일 침공할 것”이라며 침공 날짜까지 언급하는 등 극비 정보까지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은 러시아 기습 침공의 김을 빼 버리고 국제적 지원을 얻기 위한 하이브리드전의 일환이었지요. 해상도 30㎝로 구형 정찰위성급 해상도를 갖게 된 민간 위성들이 러시아군 부대 배치 및 이동 상황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려주고 있는 것도 처음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요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한·미 양국 길들이기’ 차원에서 다양한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도 하이브리드전을 활용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합니다.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전후해 정찰위성 발사를 빙자한 ICBM급 장거리 로켓을 쏘는 것을 비롯, 화성-17형 세계 최대급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 국지도발, 사이버전, 기존 합의 파기를 통한 전쟁·공포 분위기 조성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창리 발사장 방문한 김정은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지역인 평북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개건, 확장’을 지시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1일 공개했다. 이 발사장에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현대적인 발사대와 로켓 이동 레일 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데, 이를 약간 개축하면 북이 새로 개발한 초대형 ICBM까지 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실제로 한·미 국방부는 지난 11일 북한이 조만간 미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신형 ICBM을 최대 사거리로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북한 주요 지역에서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들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준비 동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면 2018년 4월 천명한 핵·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가 파기되는 것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미국에도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 윤 당선인과 군 수뇌부, 북 도발 대응 위기관리 연습 필요
북한 언론은 김정은이 정찰위성 탑재 ICBM급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시찰한 사진도 공개했는데요, 이뿐 아니라 풍계리에선 폭파했던 핵실험장 일부 갱도 복구, 영변에선 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 동향이 감지됐고 금강산에선 한국 시설인 해금강 호텔이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동시다발적인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김정은이 ‘만능의 보검(寶劍)’이라 칭한 사이버전도 감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정부는 취임 및 출범 전후로 북한의 다양한 하이브리드, 복합 도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과 국방안보 참모들은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로 이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대비책중의 하나로 윤 당선인과 국방안보 고위 참모, 군 수뇌부간의 위기관리 연습을 제안합니다.
2010년11월23일 오후 서해 연평도가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으로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다. /조선일보 DB
그동안 북한의 도발, 특히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고강도 국지도발의 경우 군 통수권자와 군 수뇌부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으로 대응에 혼선이 생기고 국민적 질타의 대상이 된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특유의 벼랑끝 전술과 결합한 북한 도발에 대한 과거 정부의 실패 사례들을 교훈 삼고 전철을 밟아선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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