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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무기 수출, 올해 150억달러 세계 5위 목표.. 방산 FTA 시급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14 10:41:42
조회 1765 추천 11 댓글 4

신형 전차 '흑표',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서 최강국 독일과 경합
호주에 장갑차, 사우디에 천궁Ⅱ 요격 미사일 수출 사업 경쟁 중
425조 美 시장 뚫으려면 세금 불이익 없게 국방조달협정 맺어야

지난 2월 서욱 국방장관과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140㎞ 떨어진 산악 지역에 있는 레나 기지를 방문했다. 한국 국방장관이 노르웨이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을뿐더러 산간 오지에 있는 노르웨이군 기지까지 방문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서 장관과 강 청장이 레나 기지를 찾은 것은 우리 군의 신형 주력 전차인 K-2 ‘흑표’가 노르웨이군 차기 전차 사업의 유력 후보로 선정돼 현지에서 시험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표는 적설량이 70㎝ 이상에 달하는 혹독한 환경에서 주행·사격 등 각종 테스트를 받았다. 흑표의 경쟁 상대는 세계 최강 전차로 유명한 독일의 레오파드2A7이다.


2022년 방산 수출 추진 내역

2022년 방산 수출 추진 내역



당초 흑표는 레오파드2 전차의 ‘들러리’로 알려졌었다. 레오파드 시리즈 전차가 워낙 명성이 높은 데다 노르웨이군이 이미 레오파드2A4 전차를 도입해 주력 전차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한 속 시험평가 과정에서 흑표 성능이 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독일은 우리가 소달구지 끌고 다니던 1940년대에 티거 등 세계 최강의 전차를 만들었던 전차 강국”이라며 “그런 독일의 최신 전차와 당당하게 경쟁하게 된 것 자체가 우리 방산과 무기 기술 수준이 크게 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은 17억달러 규모로 올해 말 기종이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와 군 당국이 올해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국산 무기 수출 규모는 150억달러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세계 5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주요 사업은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 외에 호주의 차기 장갑차(레드백·50억~75억달러), 폴란드의 FA-50 경공격기(20여억달러) 및 K-2 전차(최소 3억달러 이상), 사우디아라비아의 천궁Ⅱ 요격미사일, 차기 호위함, 비호복합 방공 체계(총 60억달러 이상), 말레이시아·콜롬비아의 FA-50 경공격기(총 17억달러 이상) 수출 사업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낙관적인 기대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장밋빛 전망’이라는 평가는 적다. 여기엔 지난해 K방산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억달러를 넘어 세계 6위권에 진입한 것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방산 수출액이 10억~30억달러 수준에서 정체 상태였던 것에 비춰보면 2~3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방산 수출액이 처음으로 수입액을 넘어섰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지난해엔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35억달러)인 천궁Ⅱ 요격미사일 UAE(아랍에미리트) 수출, K9 자주포 호주 수출(약 10억달러) 계약 등이 이뤄졌다. 군 주변에선 최근 잇단 방산 수출 성사에는 방위사업청 등 정부·군 당국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와, 발로 뛴 해당 업체 오너 및 CEO 등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방산 시장이 넘지 못하고 있는 ‘큰 산’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방산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넘사벽’이었던 미국 시장이다. 지난 2020년 세계 100대 방산기업 매출액 5310억달러 중 절반이 넘는 2850억달러가 미국 41개 방산기업 몫이었고, 미 국방 조달 시장은 4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이 미미했던 데엔 아직 한·미 간에 상호국방조달협정(RDP)이 체결되지 않은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국방조달협정은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로, 체결국은 미국산 우선 구매법을 적용받지 않아 미군 등에 조달 제품을 수출할 때 세금 등으로 인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한·미 방산 FTA(자유무역협정)인 셈이다. 미국산 우선 구매법은 현재 미국산 구성품의 원가가 전체 구성품의 55%를 넘어야 미국산으로 인정하는데 이 비율은 2024년에 65%, 2029년에는 75%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즉 상호국방조달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우리는 미국산 우선 구매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경쟁국이 국방조달협정 체결국이라면, 우리 무기가 경쟁국 무기보다 훨씬 싼 가격을 제시해도 우리 무기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평가돼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국내 방산 업체들은 500억달러에 달하는 미 차세대 장갑차 프로젝트(OMFV)와 150억~300억달러에 달하는 미 해·공군 고등전술훈련기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추진 중이다. 이들 사업은 앞으로 2~3년 내 기종이 결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이들 대형 사업을 비롯, 각종 미국 무기 도입 사업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우리는 샅바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까지 미국과 상호국방조달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호주·일본·라트비아 등 27국에 달한다. 미국과 혈맹으로 불려온 우리나라가 여태 상호국방조달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데엔 시장 개방 시 미국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방산이 입을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미 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방산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고 한·미 FTA 체결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상호국방조달협정 체결을 더 이상 늦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한미동맹 복원과 업그레이드를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확장 차원에서도 상호국방조달협정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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