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이상학 기자] 너무 잘해도 걱정이다. 롯데 팬들은 벌써부터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32)가 내년에 미국 메이저리그로 돌아갈까 안절부절못한다. 그만큼 스트레일리의 올 시즌 투구가 대단하다.
지난 2일까지 시즌 27경기 170⅔이닝을 소화한 스트레일리는 12승4패 평균자책점 2.53 탈삼진 172개 WHIP 1.02 피안타율 2할7리 퀄리티 스타트 17차례를 기록 중이다. 탈삼진-피안타율 1위, 이닝-WHIP 2위, 평균자책점 3위, 다승 공동 5위 그리고 투수 WAR 전체 1위(6.73)로 최고 기여도를 뽐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두 자릿수 승수가 3시즌이나 되는 스트레일리를 미국에서도 다시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스카우트들을 파견하지 못하고 있지만 메릴 켈리(애리조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등 KBO리그 투수들이 빅리그에 연착륙하면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일리, 애런 브룩스(KIA)를 향한 관심이 크다는 후문이다.
스트레일리도 지난 6월 미국 신시내티 매체 ‘WCPO9’와 인터뷰에서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아들이 보고 기억할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아들이 3살밖에 되지 않아 아무 것도 기억 못할 때다. 앞으로 몇 년은 더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 아들이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며 메이저리그 복귀 의지를 넌지시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롯데의 역전 5강만 생각한다. 2일 사직 한화전 8이닝 1실점 호투로 롯데의 승리를 이끈 스트레일리는 “지금은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만 집중한다. 내년 거취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산술적으로 우리 팀의 5강은 충분히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시즌 막판에 뒤집기로 가을야구를 한 적이 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야구”라고 자신했다.
스트레일리가 몸담았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지난 2012년 잔여 9경기를 남겨놓은 식점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 텍사스 레인저스에 5경기 차이로 꽤 크게 뒤져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9경기에서 6연승 포함 8승1패를 거두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해 8월 오클랜드에서 데뷔한 스트레일리도 선발로 힘을 보탰다.
7위 롯데는 공동 5위 KIA와 두산에 3경기 차이로 따라붙으며 잔여 24경기에서 역전 5강을 꿈꾸고 있다. 2일 한화전 승리는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1-1로 맞선 8회 2사 후 3루수 한동희의 실책으로 만루 위기가 이어진 스트레일리는 실점 없이 막고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실책한 한동희를 격려한 뒤 위기 극복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스트레일리는 “실책에 신경 쓰면 투수에게 좋을 게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안타를 허용했다는 생각으로 잊고 타자와 승부에 집중했다. 내가 좋은 공만 던지면 뒤에서 우리 야수들이 잘 막아줄 것으로 믿었다. 우리 팀 전체가 막은 이닝이었다”며 “(8회 대타) 전준우의 홈런이 터진 순간 오늘 경기를 승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최고 외인 투수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스트레일리는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는다.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리그 적응을 도와준 2명의 투수코치(노병오·조웅천) 덕분에 지금 성적을 내고 있다. 나를 올스타 최고 투수로 뽑아준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자랑스럽다”는 말로 남은 고마움을 나타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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