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이상학 기자] 롯데의 4번타자 이대호(38)는 3일 사직 한화전에서 모처럼 홈런 손맛을 봤다. 9-0으로 앞선 7회 한화 투수 오동욱을 상대로 스리볼에서 들어온 직구를 작심한 듯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지난달 4일 사직 KIA전 더블헤더 2차전 이후 25경기 연속 무홈런 침묵을 깬 순간.
누구보다 홈런이 목말랐던 이대호였지만 1회 첫 타석은 홈런 스윙을 하지 않았다. 1-0 리드를 잡은 1사 3루 찬스. 한화 수비는 이대호의 타구 분포도에 맞춰 좌측으로 수비 위치를 이동했다.
이에 이대호는 한화 투수 장시환의 3구째 높은 포크볼을 의식적으로 밀어쳤다. 왼쪽 몸을 열어놓은 채 1~2루 코스를 노려 짧게 끊어쳤다. 1사 3루 상황, 추가점을 위해 철저하게 팀 배팅에 주력한 것이다.
이대호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역으로 타구가 향하면서 한화 수비가 대처할 수 없었다. 2루 베이스 쪽에 시프트가 걸려있던 2루수 노태형이 느린 타구를 따라가 슬라이딩 캐치했지만 전력 질주한 이대호는 이미 1루를 통과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전준우가 여유 있게 홈을 밟으며 추가점을 올렸다. 이대호는 시즌 10번째 내야안타로 타점까지 올렸다. 흐름을 탄 롯데는 추가 4득점을 내며 1회에만 타자 일순으로 6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이대호의 팀 배팅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팀 배팅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선 3회 깜짝 2루 도루도 성공했다. 1사 1루에서 이병규가 삼진을 당했지만 풀카운트에서 스타트를 끊은 이대호가 2루를 훔쳤다. 도루 시도를 예측 못한 듯 LG 포수 유강남의 송구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 2017년 8월9일 사직 KT전 이후 3년만의 도루. 상대 투수 정찬천의 느린 퀵모션을 놓치지 않고 허를 찔렀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정훈의 좌전 안타가 나왔고, 이대호는 홈으로 쇄도해 득점을 올렸다. 도루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올 수 없는 득점이었다.
어느덧 우리나이 39세로 불혹을 바라보는 이대호는 지난해부터 ‘에이징 커브’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스스로도 “에이징 커브가 맞다. 나이는 들고 있는데 언제까지 옛날 생각만 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비록 전성기처럼 폭발적인 화력은 없지만 도루도 하고, 팀 배팅도 하며 팀에 기여한다. 홈런이 아니어도 충분히 빛나는 이대호의 힘이다./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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