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출, 퇴근 속에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 것처럼. 무슨 일이든 시작을 결심하고 움직이는 것이 가장 힘들다. 하지만 하루는 우리의 사정과 달리 무수히, 또 영원히 반복되고, 우리는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하나의 사이클을 알고 체득한다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심지어 미래를 준비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야 '경험'은 가장 중요한 양분이 된다.
게임 관련, 혹은 서브컬처 관련 행사에서 한 두어 번쯤 마주쳤다. 이들의 개발작 본 투 게더(Bone To Gather)는 자그마한 스켈레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고 하는 게임이었는데, 작은 부스, 인디 게임에 오며 가며 눈도장만 찍고 서로 파이팅- 응원만 하며 넘어가다 어느 날에는 안면도 익혔겠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크래프톤 정글 게임 랩'으로 처음 만나 3개월 만에 이 센스 있는 게임을 만들어 출시했다는 젊은 개발자들. 본 투 게더 개발팀 Anyway Games는 정글 게임 랩 2기 수료 이후 뿔뿔이 흩어진 터라 팀원 전부의 스케줄을 조정해 한자리에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게임 개발에 참여한 두 사람을 만나볼 수 있었다.
※ '본 투 게더'는 '크래프톤 정글 게임 랩 2기' 교육생들의 수료작으로 현재 스팀에 무료로 출시되어 있습니다.

팀 Anyway games의 강정민 개발자(좌), 이시헌 기획자(우)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각자 소개&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이시헌(기획).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며 열심히 노력 중인 이시헌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취업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강정민(개발). 개발자를 지망하는 강정민입니다. 현재 여러 게임 엔진 공부하면서 취업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시헌. 팀명 'Anyway Games'는 당시 코치님께서 "게임 개발은 만장일치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빨리 결정해야 하는 것은 빠르게 결정하면서도 또 소수의 의견을 귀담아들어 다양성을 챙겨야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심 메뉴같이 중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선택은 'Anyway', 하지만 게임 개발에 대한 마음가짐만큼은 'Any Way'로 무슨 길이든 찾아서 가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담았습니다.
Q
게임 개발 지망생으로서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참여는 어떠했나요?
A
이시헌. 실제 안에서 느끼기에 6개월 동안 게임 개발 사이클을 한 번 돌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 3개월은 준비 기간, 뒤 3개월은 실제 개발 사이클을 돌려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직접 프로그램 신청도 하고, 자기소개서도 준비하고, 면접도 보고... 그로 인해 하나의 프로젝트까지 끝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새로 배웠다는 느낌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직접 체득하는 과정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정민. 팀 단위 개발 스케줄링이라든가,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게임 개발사에서 실제 프로젝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 정글 게임랩은 게임 개발자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크래프톤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예비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의 핵심 재미를 분석하고, 출시를 포함한 제작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몰입과 자기주도적 학습, 팀 기반의 협업 등 교율 과정 전반에 크래프톤 정글의 철학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Q
기획 단계서 중요하게 생각한 '본 투 게더(Bone To Gather)'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A
이시헌. 본 투 게더는 스켈레톤을 소재로 한 액션 팀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입니다. 스테이지별로 등장하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다양한 스켈레톤을 고용해 시너지를 내고, 팀 자체를 강하게 육성하게 됩니다.
우선 첫 번째로 하찮은 애들이 나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개인은 약하고, 볼품없지만 보고 있으면 우스꽝스럽거나 유쾌한 면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뭉쳐 다니고 쪼르르 몰려다니면서 무언가를 해내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다음으로 스켈레톤을 떠올렸고, 그렇다면 스켈레톤다운 점을 살리기 위해 맞았을 때 바로 와르르 무너지지만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믹을 생각해냈습니다.
그 두 가지를 중요한 요소로 잡았습니다.

본 투 게더는 독특한 소재, 쉽고 직관적인 조작과 게임성이 특징이다.
Q
같은 기수(게임 정글 랩 2기) 게임 중에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이시헌. 인더박스 팀의 '엔스크롤(ENSCROLL)'이란 게임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법 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이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마법 스크롤을 판다는 소재도 재미있고, 실제 출시 이후 리뷰도, 접속률도 좋았습니다. 또, '닥터 코그(Dr. COG)'도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이 게임은 기어를 활용해서 하는 덱 빌딩 로그라이크였는데 컨셉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정민. 전 '잉킹(InKing)'이라는 게임이 기억에 남습니다. 탑뷰 액션 게임이었는데 캐릭터가 공격하면 바닥에 잉크가 뿌려지고, 잉크가 많이 뿌려지면 스킬이 강화되고 하는 형태로 액션이면서도 전략적인 요소가 가미되어서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최근 게임 시장에 로그라이크 요소가 유행하고 있죠. 게이머이자 개발 지망생으로서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이시헌. 요즘 흔히 도파민이라고들 하죠? 긴 호흡의 게임과 달리 빨리빨리 즐기고 바로바로 결과를 보며 계속 다음 판을 했을 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로그라이크'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강정민. 하데스같은 게임을 보면 매판마다 새로운 스킬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 판 새로운 스킬, 새로운 스테이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유저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
한창 일선을 향해 달리는 입장에서 함께 꿈을 향해 달리며 공부하는 지망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시헌. 저희도 이제 딱 한 발자국을 뗀 입장이라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항상 느꼈던 점이 있다면 그동안 공부하면서 정말 확실한 것은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개발하는 것은 다르구나- 하는 점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은 넘어서야 뭔가 해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로써 하기 위해서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정민. 이 자리에 오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봤습니다. 항상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할까말까- 고민하곤 했는데 정작 그렇게 프로젝트를 하나 끝낼 때마다 항상 저에게 뭔가 남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해보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시작하고 하나의 끝을 보는 경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Q
Anyway Games 팀이 그대로 다시 모일 수 있다면 그때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게임이 있을까요?
A
이시헌. 답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캠프에서 함께 하며 좋았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보자면 지금은 세상에 없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장르도, 주제도 당장 떠오르지 않고 모르겠지만 그렇게 같이 고민하고, 같이 새로운 것을 찾아보려고 할 것 같습니다.
강정민. 사실 인터뷰 자리에 오기 전에는 이 팀 그대로 다시 모이게 된다면 '문명' 같은 전략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에도 '전략'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인 케이스였거든요. 항상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옆에서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저게 더 맞는 대답일 것 같네요.

Q
말 나온 김에 농담 삼아서 한번 얘기해 보죠. 만약 이대로 모 회사의 모 게임 담당 부서에서 일할 수 있다면 무슨 게임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A
이시헌. 정말 가감 없이 편한 마음으로 대답해 보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의 전투 밸런싱 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취업을 한다면 그쪽에, 아니라면 인디 게임에 더 도전하며 경험을 쌓겠다-란 생각을 할 정도로 진지하게 준비 중입니다.
이제까지 재미있는 게임을 많았지만 "나도 이 게임의 일원이 되어서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만든 건 '로스트아크'가 처음입니다.
강정민. 사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크게 회사나 게임을 크게 가리면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굳이 얘기한다면 '던전앤파이터'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D 횡스크롤 액션, 그리고 RPG 게임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던파 게임도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A
이시헌. 좋게 봐주신 분들, 많은 도움 주신 분들 덕분에 좋은 기회가 연속으로 주어져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정글 게임 랩 통해서 알게 된 이런저런 인연, 또 코치님들께서도 많은 조언과 도움 주신 것들 전부 감사합니다. 정말 다른 분들께도 주변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한번 도전해 보시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함께 했던 팀원들에게도 정말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이런 자리가 있을 수 있게 얼마 전 서울 코믹월드에서도 열심히 홍보해 준 팀원들께도 고맙단 얘기하고 싶고요. 다 잘되면 꼭 판교에서 한번 보여서 밥 먹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정민. 먼저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맹목적으로 응원해 준 분들께 고맙단 말 전하고 싶습니다. 게임 개발자를 지망하면서 여러 활동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이런 게임 개발 활동,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발적으로 지원해서 들어온 분들이 많은 만큼 열정적이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또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이번 게임 정글랩 2기 분들께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엄청 열정파 개발자는 아닌데 다른 팀원들은 엄청 열정적이었거든요. 덕분에 저도 함께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라고, 웃는 얼굴로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시헌. 아무래도 우리가 지금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한 번 해봤다! 느낌이라서 감사하다는 말밖에, 그리고 고민 중이신 분들께 일단 해보시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대학생 연합 게임 제작 동아리 '브릿지'에서 만나 인연을 다지고, 정글 게임 랩에서도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된 두 사람은 무엇보다도 경험과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생각을 전했다. 그들은 이미 과정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컨텐츠를 창작하고자 하는 꿈은 굉장히 능동적이며 주도적인 꿈에 속한다.
이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찾았고,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으며, 홍보를 위해 게임 행사 부스를 준비했다. 또 그렇게 우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이들은 이조차도 과정 삼아 또 다른 시작과 끝을 향해 움직일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창작자였다.
일정 조율에 장소 섭외부터 인원 체크까지 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인터뷰였지만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기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과 동일했기에, 인터뷰 내내 오간 여러 사담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인터뷰 전에도 이것저곳에서 스쳐 지나가며 마주쳤던 것처럼, 인터뷰 말미 어디선가 또 보자고- 기약 없는 약속을 연거푸 잡았다. 다음에는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다른 팀원들까지? 그렇게 아마도 머지않은 시간에 어떤 다른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다시 만나게 되리란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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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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