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슈팅 게임의 승리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래도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C4 형태의 블록형 폭약을 설치한 다음 이를 터지기 전까지 사수허거나, 해체하여 막아내는 것, 그리고 상대를 완전히 전멸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잘 쏴맞히고 잘 피하며 상대의 머릿수를 줄여야 조건 달성이 쉬워진다'는 대전제가 붙게 된다. 때문에 슈팅 게임은 종류를 불문하고, 늦든 빠르든 상대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피지컬'이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로 등극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각양각색 캐릭터의 특성과 전술적인 스킬의 활용을 전면에 내세우는 히어로 슈터 장르가 대중성을 확보하고 주류가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게 보인다고?' 소리가 나올만한 상황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것보다는 뭐라도 할 수 있고 뭐라도 내밀 수 있는 쪽이 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훨씬 합리적이고 의욕이 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게임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무작위 요소가 첨가되면 어떻게 될까? 바로 넷이즈에서 선보이는 5vs5 히어로 슈터 신작 '프래그펑크' 이야기다.
프래그펑크는 사실 이름이나 아트워크를 처음 봤다면 으레 느끼고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게임 플레이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여러모로 정직한 작품이다.
그저 힙하게 생긴 플레이어블 캐릭터 '랜서'들이 펑키한 '능력'을 가지고 택티컬 슈터의 룰로 대전을 펼치는 것일 뿐이고 무기 선택이나 배분, 활용 면에서도 특별함은 없다. 오히려 제한사항이 없고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대로 혹은 상황에 맞는 장비를 자유롭게 아무거나 들고 전투에 임할 수 있다 보니 접근성은 좋지만 파고들 만한 요소는 부족한 면이 있다.
스킬셋도 대부분 스모크와 비전, 맵 컨트롤, 트랩 카테고리만 다루고 있고 별도의 자원 관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익히고 실전에 투입할 수 있지만 드론을 활용한 원격 조종 유격전을 하는 '니트로'나 은신을 유지하려면 근접 무기만 사용해야 하는 암살자 '제피르'를 제외하면 개성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 편이다.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고난이도 은신 암살자 캐릭터

무기 선택 단계, 그냥 들고 싶은 것을 입맛대로 들고 전장에 나서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프래그펑크에서는 매 라운드가 시작할때 주어지는 20초의 시간, 정해진 규칙을 부수고 수정하는 '샤드 카드' 선택 과정을 통해 다른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론칭 빌드를 기준으로 준비되어 있는 샤드 카드는 총 169장인데 게임 진행도에 따라 샤드 카드를 수집하며 풀을 늘릴 수 있고 이는 다양한 게임 모드에서 변수를 창출하는데 사용된다.

반복 플레이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장르에서 새로운 샤드 카드를 수집하는 재미를 챙기고 있다

상대가 포인트를 절약했기 때문에 다음 라운드에서 카드를 2개 이상 들고 나올 확률이 높다
개중에는 단순히 무기 전환 속도, 이동 속도, 사격의 위력을 재조정하는 등 숫자 놀음에 가까운 심심한 효과들도 있지만 상대 측에게 회복을 금지시키는 치유 금지, 모든 종류의 공격이 아군을 맞히면 회복을 제공하는 치유탄 포지션과 조합의 틀을 깨는 효과는 물론 아군의 머리를 작게 만들고 적의 머리는 크게 만들어 기울어진 헤드샷 운동장을 형성하거나 뒤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차단하는 거북이 등껍질 같은 것이 있어 후방기습이 원천봉쇄되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강제할 수 있다.
각 플레이어에게 할당되는 자원인 샤드 포인트를 사용하여 샤드 카드를 구매하거나 리롤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팀적으로는 활발한 소통을 통해 전략적으로 샤드를 구매하여 승리 플랜을 짜는 것이 권장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한 포인트를 아끼면서 배를 째는 플레이를 하다가 후반 라운드에서 어드밴티지를 주는 카드를 한꺼번에 매입하여 적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도 게임을 이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아, 안심하세요, 버그 아닙니다

상대가 대두 카드를 뽑으면 헤드샷을 방어해주는 철두철미 카드로 카운터를 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공격 지점과 컨버터(C4) 관련 샤드 효과였다. 공격 지점을 하나로 제한하는 '지점 삭제' 샤드 효과가 발동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랴돌격을 하며 난장판을 만들고 '추가 컨버터' 효과를 통해 공격 팀 전원이 컨버터를 보유하게 되면 설치해놓고 죽기만 해도 이를 해제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방어 팀 측에게 악랄한 이지선다를 걸 수 있다.
이러한 구도는 사실 일반적인 슈팅 게임에서는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되는 막장스러운 상황이지만 그게 오히려 힙하고 펑키한 프래그펑크의 분위기와는 굉장히 잘 맞는다. 그야말로 너도 나도 사기를 침으로서 결과적으로 평등함을 이뤄낸 것이다.

합법(?) 맵핵 '매의 눈' 카드를 활용해 스킬 소모 없이 정보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모습

상대 입장에서 두당 하나씩 C4를 들고 2단 점프를 하면서 다가오는 적은 아마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다양한 게임 모드 또한 샤드 카드와 함께 이 게임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주기적으로 돌아가는 배틀/아케이드 로테이션에서는 선택 가능한 랜서가 '브로커'로 제한되고 총기를 일절 사용할 수 없는 대신 원래대로라면 잔탄수 1발인 로켓 런처를 발사하는 궁극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어 너도 한방 나도 한방의 죽창 대결 '로켓티어즈', 샤드 카드가 배제되고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캐릭터와 동일한 무기로 순수 실력을 겨루는 '미러 클래시' 등을 통해 말초적인 즐거움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피 말리는 경쟁전에 지쳤다면 일종의 좀비전인 '아웃브레이크'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생존자들이 똘똘뭉쳐서 포지셔닝을 하고 걸어다니는 과녁에 가까운 감염자들을 날려버리는 것은 나름대로 통쾌한 맛이 있다. 물론 감염자 지정이 무작위이기 때문에 처음에 너무 똘똘 뭉쳐 있다가 빛보다 빠른 배신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전장에 있는 모두가 만능의 율법이 부여된 요술봉을 드는 '로켓티어즈' 모드

어차피 머릿수를 보니 이기긴 글러먹었다, 빛보다 빠른 배신 ㄱㄱ
프래그펑크를 하나의 단어로 요약한다고 하면 '살짝 비뚤어진 모범생'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숱한 히어로 슈터, 택티컬 슈터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적절하게 취합하여 나쁘지 않은 완성도로 버무려내 '한없이 정석에 가까운 결과물'을 완성해냈지만, 그로 인해 프래그펑크는 평범하게 갔다면 '안정적이긴 해도 평범한 맛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결과 프래그펑크는 생각치도 못한 독특한 맛을 자아내고 있다. 룰을 부수고 재창조하는 '샤드 카드'라는 단 하나의 존재가 프래그펑크를 독특한 게임으로 완성시키는 일종의 '킥'이 되어준 셈이다.
샤드 카드의 무작위성 때문에 밸런스 붕괴가 우려된다면 명심하도록 하자 '프래그펑크는 모두가 사기를 치는 동네이고 사기를 잘 치는 것이 실력인 전장이다'
팔과 다리를 모두 잘라가며 밸런스를 맞추는 '모두가 평등한 게임'보다는 차라리 '모두가 사기를 치는 게임'이 모두를 쉬이 질리지 않는 대유쾌마운틴으로 인도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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