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외 스포츠 클럽 등에서 소규모 발병 사례가 종종 보고된 적이 있었던 '검투사 포진(Herpes gladiatorum)'이 국내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감염 사례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대병원 소아과 의료진은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 호에 게재된 검투사 포진 감염 사례를 통해 확인된 내용들을 공개했다.
검투사 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에 의해 유발되는 피부질환으로 주로 구강 분비물과 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되어 손, 얼굴, 귀 등에 피부 병변을 일으킨다. 질환명에 검투사가 붙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밀접 접촉을 하는 일이 잦은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 유독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국내 감염자 2명 또한 10대 레슬링 선수들로 의료진의 말에 의하면 첫 번째 환자는 오른쪽 얼굴과 귓바퀴 부근에서 집중적으로 수포들이 올라와서 처음엔 의료진들이 신경절을 따라 발생하는 대상포진으로 오인하게 됐다.
몇 달간 레슬링 훈련을 받은 두 선수는 검사 결과 모두 검투사 포진을 진단받았다. (사진은 기사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첫 번째 환자가 퇴원한 지 일주일이 지난 후 또 다른 레슬링 선수가 첫 번째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입원하게 됐다. 두 번째 환자는 오른쪽 팔부터 물집이 올라와 얼굴, 입술, 목으로 확산됐고 수포가 전형적인 삼차신경 분포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얼굴 외에도 오른쪽 목에 위치한 전삼각부에 피부 병변이 나타나며, 첫 번째 환자와 마찬가지로 이전의 다른 환자들과는 다른 양상을 연이어 보이자, 의료진은 대상포진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두 명의 환자 모두 검투사 포진을 진단받았고 실제로 두 선수는 발병 전 같은 학교에 다니며 몇 달간 레슬링 훈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항상 최소 3분 이상 경기를 치르는 등 매일 밀접한 피부 접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진은 같은 팀의 또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들과 흡사한 피부 병변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래플링 자세, 피부 병변 일으켜 전파 위험성 높여
레슬링 연습 장면 (사진은 기사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의료진은 "레슬링 선수들이 시합 중 머리와 목이 서로 고정된 그래플링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피부가 맞닿는 한쪽 측면에 국한돼 피부 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피부 병변의 편측성 탓에 대상포진과 구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짓수나 종합격투기 등 가까이서 겨루는 격투스포츠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검투사 포진의 발병률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증상이 나타날 경우 빠른 치료 받아야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낫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즉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헤르페스 1형은 주로 얼굴, 입술, 눈에 감염을 일으킨다.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낫는 경우도 있긴 하나 증상이 매우 심해질 수 있고 바이러스가 눈과 뇌로 퍼질 수 있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대상포진의 경우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잠복 상태로 있다가 다시 활성화될 때 발생하는 질병이다. 대부분의 경우 병적 증상은 피부에 국한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게 되면 전신에 급속도로 퍼져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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