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즈(Raiderz)'라는 PC 온라인게임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게임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게임인,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나름 성공한 게임이다.
'건즈온라인'을 만든 마이에트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이 게임은 이 회사의 마지막 게임이기도 했다. 압구정동에 있었던 이 회사는 당시 게임 참 잘 만드는 회사로 손꼽혔다.
'레이더즈'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레이드 시스템을 주력으로 내세운 PC MMORPG였다. 이름만 보면 '몬스터헌터'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용자들의 평가는 '테라'의 하위호환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의외로 매니아층이 존재했던 게임이다. 서비스 종료 5년이 지난 시점에도 해외에서 사설 서버까지 생겨서 돌아가고 있을 정도.
피망을 통해 서비스됐던 마이에트엔터테인먼트의 레이더즈(Raiderz)
이 '레이더즈' IP(지적재산권)로 모바일 MMORPG를 만드는 곳이 있으니 '루나 모바일'을 만든 소울게임즈다. 이 회사는 예전 '묵향 온라인'을 만든 사람들로 똘똘 뭉친 곳이다.
모바일로 MMORPG를 만든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많은 인력들이 1년 이상 공을 들여야 한다. 루나온라인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소울게임즈가 차기작 '레이더즈'를 어떻게 모바일에 녹일지, 얼마나 대단한 작품으로 태어날 지, 그 궁금함을 위해 남들은 다 퇴근할 무렵 노을이 져서 어둑어둑해진 경기도 성남시 판교를 찾았다.
소울게임즈는 LH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 위치해 있다. 판교 창업촌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소울게임즈의 엄태두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소울게임즈 엄태두 대표
Q 게임와이: 오랜만이다. 2007년에 봤으니 10년도 더 됐다. '루나모바일'이 선전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신작 '레이더즈'도 기대된다. 소울게임즈 회사 소개를 해 달라
A 엄태두 대표: 시작은 2012년이었다. 모바일게임 시장 초기라 혼자서 퍼즐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서버도 필요했고, 퍼블리셔의 필요성을 느껴 퍼블리셔를 만났고, 퍼블리싱 계약을 위해 2013년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KT의 오마이갓이라는 플랫폼에 퍼즐게임을 론칭했다. 이어 중국 나인유와 계약을 해서 샤오미 플랫폼에도 출시했다. 이 플랫폼에 출시한 기업 중에서는 19번째였고, 한국기업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1일 10만 명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스케일이 큰 중국에서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안된 것이어서 퍼즐이 아닌 롤플레잉 게임(RPG)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루나온라인 'IP를 가져왔다.
귀염귀염한 스타일의 루나온라인(Luna Online)
당시 잘 나가던 것이 '도탑전기'였다. PC MMORPG처럼 만들까, 아니면 모바일이니 좀 더 라이트하게 만들까를 고민하던 차에 '도탑전기'와 같은 수집형 RPG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1년을 개발했지만 동명의 수집형 RPG가 먼저 나와 포기했다.
두 번째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소규모 MMORPG였다. 프로그래머 그래픽, 기획 3명이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마니아를 통해 수출계약을 했다. 그것이 '루나 모바일'이다. '루나온라인'은 대만에서 잘 됐는데, '루나모바일'의 가치를 알아본 감마니아 덕분에 해외 수출길이 열린 것이다. 게임플레이는 영상 참고.
Q 게임와이: 루나모바일은 태국에서 실적이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였고, 지금도 인기가 있나?
A 엄태두 대표: 태국 실적이 좋았던 것은 맞다. 매출 5등까지 달성하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접속 문제도 있었고, 서로 실수가 많았다. 그리고 8월 20일 오픈했는데 한국 론칭일이 9월 17일이었다. 너무 여유가 없었다.
태국 서비스 당시 "거래소를 열어 달라", "3자 결제를 붙이자" 등의 주문이 쏟아졌다. 결국 경험 부족이 이런데서 나왔다. 퍼블리셔의 주문을 들어 주다보니 게임과 아이템의 가치가 하락했다. 순위가 매출 20등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두 달 있다가 그 퍼블리셔에서 '카발모바일'이 나왔다.
Q 게임와이: 그 정도면 작은 규모의 개발사치고는 성공한 것 아닌가? 동남아에서는 성공했고, 북미유럽은 진출을 안했나? 아니면 인기가 없었나?
A 엄태두 대표: 메이저 회사의 러브콜은 많이 오고 있다. 워낙 작은 회사라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는지를 지켜봤던 것 같다. 모바일 지표는 다 공유되지 않는가. 북미유럽은 한국과 중국에서 유행중인 돈을 써야 하는 페이투윈(P2W) 게임은 아니라고 본다. 그럴 거면 그 지역에서 유행중인 슬롯머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실제 생활형 콘텐츠도 있는 옛날 PC감성의 MMORPG를 원했다. 그래서 루나모바일을 찾는 것 같다. 요즘 메타버스가 인기인데, 그것은 예전의 '세컨드라이프'와 비슷하다. 다시 예전의 그 시대로 가는 것 같다.
Q 게임와이: '레이더즈'는 IP가 인지도면에서 강력하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이 게임 IP를 확보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엄태두 대표: 캐주얼한 그래픽의 MMORPG에 착한 과금의 '루나모바일'은 사실 매출이 크지 않았다. 루나모바일은 아줌마들, 아니면 퍼즐게임을 즐기는 여성 이용자가 꽤 많았다. 그래서 좀 더 센 성격의 IP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수의 게임 IP 계약을 했다. 그중 하나인 '레이더즈'는 11월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내년 중순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약 6개월 만에 될지 모르겠지만, 리소스를 분석해 보니 그 시대의 트랜드를 잘 따라갔다. 리소스가 적다.
Q 게임와이: 온라인게임 '레이더즈'는 어떤 게임이었나? 사용자수나 실적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A 엄태두 대표: 논타겟팅과 반짝거리는 차세대 그래픽이 특징이고, 자유도를 강조했으며, 클래스별로 리소스가 많지 않다. 뭐든지 낄 수가 있다. 종족은 남자와 여자뿐이다. 무기 착용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아이템도 몬스터도 적더라. 자유도를 높였고, 다양한 패턴의 보스들이 존재했다.
'몬헌온라인'을 표방했던 것 같다. 보스 레이드를 많이 넣었다고 해서 '레이더즈(Raiderz)'다. 리소스를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당시 테라와 블레이드앤소울이 대작이었으니 그들과 부딪히지 않는 다른 특징들을 찾아내야 했던 것 같다.
개발비도 많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네오위즈 서비스 1년. 글로벌로도 서비스됐다. 당시는 레이더즈의 특징들이 먹혔다. 아직도 이 게임을 기억하는 해외 유저가 있다. 남미 등지에서 사설 서버까지 있을 정도다.
'레이더즈' 예전 이용자수나 실적은 전달 받은 바가 없다.
Q 게임와이: 새로운 게임으로 만들어질 '레이더즈'가 어떤 게임일지 궁금하다. 기존 중소형 개발사의 모바일 MMORPG는 리니지라이크가 많았다. '에오스레드'도 그렇고, 'DK모바일'도 그렇다. 그들의 방식을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루나모바일'의 착한 과금 방식을 따를 것인가?
A 엄태두 대표: 리니지라이크류 게임은 실제로 내외부적인 이슈가 많다. 그 게임들은 경험치를 돈을 받고 파는 것이 문제다. 또 '라이크'가 아니라 그대로 베낀 것이 많아서 문제다. 또 아인의 경우 레벨 1일 때 1만 원, 100일 때 100만 원과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몇 천만 원을 써야 저레벨일 때와 같은 효과가 나온다. 또 엔씨가 리니지라이크류 게임을 향해 베끼지 말라고 경고를 한 상황이니 그대로 쓸 생각은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Q 게임와이: 오딘의 케이스는 어떤가? 오딘은 리니지라이크류이기는 하지만 아인이 있어서 매일 보급을 해주기 때문에 다 쓸 수가 없더라. 오딘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A 엄태두 대표: 오딘의 케이스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MMORPG를 서비스해 보니까 뽑기와 거래소, 아인, 장비 드롭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게임이 오래 가려면 뽑기가 없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게임을 만들려면 이용자들이 게임을 많이 하도록 해야 하고, 노가다를 많이 하도록 해야 하며, 아인 시스템이 있어도 오딘처럼 계속 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리니지는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이 다르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계속하고, 파밍을 계속해야 거래소가 활발히 돌아간다.
기존 게임의 문제는 이것이었다. 한 달 만에 3천만 원하던 아이템이 1천만 원이 되고, 다시 1백만 원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 때문에 과금러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반면 '루나 모바일'은 이용자들에게 '혜자 게임'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것은 개발사와 운영사에게도, 유저에게도 안 좋은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열심히 전쟁도 하고, 강화도 하면서 게임이 활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정작 핵과금러들은 루나모바일을 안 한다. 쟁 위주의 게임이 아니라서 돈을 써도 티가 안 나기 때문이다.
고민스러운 것이 게임이 상위권에 들어야 과금러들도 아까워서 못 접는다. 과금이 세게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무과금 게임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대신 상위권의 돈 잘 버는 게임의 BM이 바뀌긴 해야 할 것 같다.
리니지라이크와 무과금 게임의 중간 정도를 이야기하는 엄 대표
Q 게임와이: 그렇다면 리니지라이크와 같은 강력한 과금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착한 과금으로 칭송받던 '루나모바일'의 중간쯤을 노리는 것인가?
A 엄태두 대표: 해외 서비스를 해 보니 바라보는 입장이 살짝 다르다. 가장 다른 것은 한국은 컨트롤의 중요성이 크지 않다. 예전에는 탱딜힐의 클래스별 역할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가면 시스템 등을 통해 클래스의 의미가 없어졌다. 컨트롤 이슈가 없어지고 과금을 통한 스탯이 좋으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클래스간 밸런스 이슈가 없어지니 해외에서는 '특징이 없어졌다'고 얘기한다.
루나모바일은 자동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해외에서 잘 됐다. 한국 패치를 하면서 '자동게임이냐'며 해외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아졌다. 한국과 중국은 자동이 먹히지만, 다른 나라는 컨트롤이 필요하다.
컨트롤 효과가 있고, 아이템과 자산의 가치를 보전시켜 줘야 하며, 노가다 시간도 인정해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생각이다. 컨트롤 부분이나 과금 모두 그 사이 차이를 두고 고민 중이다. 하지만 리니지라이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리니지라이크와 같은 쟁 위주의 게임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루나모바일처럼 갈 것이냐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핵심은 라이프사이클이다. 서비스를 해보니 루나모바일처럼 할 것이라면 마케팅을 지속해야 할 것 같다. 루나모바일처럼 생활이 중심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러면 매출이 높지 않으니 리니지라이크가 아닌 다른 과금 방식을 가져오려 한다.
Q 게임와이: 레이더즈는 모바일인가, 아니면 PC와 모바일이 호환되는 크로스플랫폼인가?
A 엄태두 대표: 모바일이다. 크로스플랫폼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Q 게임와이: 자사 엔진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언리얼 등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A 엄태두 대표: 루나 모바일도 그렇고 유니티 엔진 기반이다. 서버는 자체 엔진인데, 게임서버와 엔진 서버가 분리되어 있다. 어떤 서버든 붙이면 돌아간다는 장점이 있다. 목표는 게임이 여러 개가 되면 서로 연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서버가 달라도 대용량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Q 게임와이: 22년 중반쯤 출시라고 했는데, MMORPG를 6개월 만에 개발한다는 것은 너무 빨라 보인다. 어떻게 보나?
A 엄태두 대표: 개발 기간이 짧은 것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서 그렇다. 이미 레이더즈 온라인 게임의 소스 파악이 끝났고, 모바일 MMORPG '루나모바일'을 통해 경험치를 높였을 뿐 아니라 '묵향 온라인' 게임을 함께 개발했던 개발자들이라 협업이 잘 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Q 게임와이: 내년 1분기 출시된다는 메타버스 플랫폼 '설레임'도 소개해 달라. 그것은 게임인가, 단순 플랫폼인가? 영상이나 스샷은?
A 엄태두 대표: 이미 만들어둔 것이 있었다. 메타버스는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다. MMORPG를 만들다 보니 오픈필드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거기서 방을 만들고 들어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까지 구현해 놨다. 여기에 브로드캐스팅 하우스처럼 노래 방송을 틀어주고, 이용자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해주며, 친구를 추천해주는 형태다. 겉모양은 게임은 아니고 생활형 커뮤니티다. 목표는 세컨드라이프처럼 데이팅앱을 3D로 만드는 것이다.
Q 게임와이: 오랜 시간 시간을 내주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소울게임즈가 어떤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A 엄태두 대표: 소규모 개발사는 아마 다 같을 것이다. 첫 번째는 서비스가 망하지 않고 오래 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발자 중에 한 명이 상을 받고 싶어한다. 애플어워드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을 받고 싶어한다. 기회가 된다면 그 상을 타게 해주고 싶다.
그런 상을 타는 게임은 대부분 돈 많이 들어간 게임보다는 스토리가 중요하고 사운드가 훌륭한 작은 패키지같은 느낌이다.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한국은 매출을 고려해서 유명 IP를 이용해 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많이 힘이 없어진 것 같다. 개발자들은 회사가 힘들어도 새로운 IP의 게임을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론칭하고 싶어한다. 요즘은 그런 애착심이 없어진 것 같다. 그런 애착심을 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소울게임즈 엄태두 대표 이력]
2001년 이소프넷 드래곤라자팀 2002년 이소프넷 엔에이지팀 2003년 이소프넷 묵향팀 2006년 엑스플레이 달리기게임 2007년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오디션 덩크팀 2009년 아이펜컴게임즈 게임개발, 가상월드, 캐릭터, 세컨드라이프, 2013년 소울게임즈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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