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약사 1,300명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방 '약사를 위한 마켓'에 매일 수분 단위로 "맥시부펜시럽 500ml 10개 있습니다. 세토펜현탁액으로 교환 원합니다"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떨어진 약들을 약사들끼리 물물교환하듯이 조달하는 것이다.
운영자인 문석훈 약사는 "없는 약은 매번 다른데 약을 구하기 힘들어서 전국 각지 약사들이 모여 품앗이하듯 궁여지책으로 약을 구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품절 약 대란이 이어지며 전국의 약사들의 약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다. 경기도약사회에 따르면 13일 회원 492명을 대상으로 지난 28일 조사한 결과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회원 99.4%가 응답했다.
이 중에 67.4%는 "1년 넘게 의약품 수급 불안정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한약사회에서는 품절 의약품을 2주 이상 약국에서 구매하지 못하는 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천의 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최 모 씨는 "품절이 아닌 약이 없을 정도로 연쇄적으로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의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 가능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관리종합정보 포털인 '감기약보유추정정보'를 보면 최근 3개월간 570개의 약 품목 중 308개가 월평균 공급량의 10% 이하로 나타났다.
심평원 관계자는 "작년보다 약 공급이 더 원활하지 못해서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비수기 여름철에도 약 품절이 심각했을 정도라면 감기 환자가 많은 환절기에는 어떨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나 소아·청소년 의약품의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하다. 팬데믹으로 약의 생산이 줄어든 데다가 저출산까지 더해지며 수요가 적어 소아·청소년 약 공급이 줄고 있다. 구하기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조달 자체가 불가능한 약들까지 생겨나 현장에서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아동병원장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지난 12일 "대충이라도 약 공급이 되고 있는 건가. 너무 힘들다. 명절을 앞두고 수액 공급까지 문제다"는 한 병원장의 글이 올라왔다.
창원의 한 아동병원 관계자들과 인근의 약사들이 함께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뮤코라제정 재고 없습니다. 대체 약도 없어요. 맥시부펜시럽 품절입니다"와 같은 공지가 수시로 올라온다.
필수 의약품들이 2주에서 1년 이상 품절이거나 수시로 품절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월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전국의 아동병원을 조사한 결과 천식과 독감, 항생제 등 필수 의약품이 2주에서 1년 이상 품절이거나 수시로 품절이 된다고 밝혔다. 같은 달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해열제 등 의약품 부족이 심각하다"는 입장을 냈다.
약품 부족 사태에 일부 부모들은 '약국 뺑뺑이'를 돈다. 각 지역의 맘 카페에서는 "풀미코트 보유한 동네 약국이 있느냐"와 같은 글들이 쏟아진다.
미취학 세 자매를 키우고 있는 간호사 출신의 오 모 씨는 "호흡 발작이 있는 아이라 네블라이저 약을 미리 처방받아 둬야 하는데 약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응급 상황이 생길까 겁난다"고 말했다. 30대 김 모 씨는 "약이 없다고 하는 약국이 많다 보니까 엄마들 사이에서 '노인이 많은 동네로 가라'는 조언이 퍼질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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