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새벽 폭우로 물에 잠겨 9명이 숨지고 차량 10여대가 침수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현장 지휘소 앞에서 만난 이모(51) 씨는 눈물만 뚝뚝 흘렸다. 이씨는 전날 오전 7시 11분께 오송의 한 아파트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선 70대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전화로 청주에 있는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데 아들이 사는 경기도 일산은 괜찮은지 물었다. 이른 시간이라 잠결에 전화를 받은 이씨는 어머니께 무사하다는 얘기만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머니와의 연락은 이뤄지지 않았다. 통화 후 1시간여만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친동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뒤에야 어머니가 지하차도에 침수된 시내버스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경찰이 물이 들어찬 버스 안에서 촬영된 사진 한장을 보여줬는데 꽃무늬 셔츠를 입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봤다"며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는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절망했다.
이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가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청주 주요 하천에서 홍수 경보가 연이어 발령됐는데 도로 통제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누구 하나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차량이 마음대로 통행한 거 아니겠냐"며 화를 냈다.
오송 지하차도 참수, 재해 아닌 인재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에서 벌어진 터널 침수 사고는 충청북도 청주시 등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빚어진 전형적 '인재(人災)'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청주시장과 흥덕구청장 등 1차적으로 도로 통제에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대시민재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인이 적용된 사례는 있지만, 아직 공직자가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지난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보행로 붕괴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성남시장 등을 대상으로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이용시설 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르면 모든 도로터널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진 않고 터널구간이 100m 이상인 지하차도, 3차로 이상의 터널 등 일정 규모에 충족돼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터널 구간 100m 이상' 지하차도에 해당돼 공중이용시설로 분류된다.
이미지 =국토교통부 제공
이번 사고는 관리 결함이 주된 원인인 만큼 책임이 있는 부처 장관, 지자체장, 공공기관장이 모두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대형 로펌 노동팀 변호사는 "현재로선 지하차도에 대한 실질적 관리 주체인 청주시장이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또한 지하터널 침수 원인으로 교통통제 말고도 미호천 범람이 지목되면서 미호천 개축공사를 맡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궁평2지하차도의 침수 위험도를 가장 낮은 3등급으로 평가한 충북도가 책임져야될 수도 있다.
때문에 충북경찰청은 사고 수습이 끝나는 대로 도로와 제방 관리에 대한 책임 문제를 밝히기 위한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경우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빚어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지자체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무조정실도 이날 사고원인에 대해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지자체 및 경찰과 소방 등에 대한 공직 복무 감찰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궁평2지하차도 교통통제가 적시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고, 미호천 임시 제방 공사와 관련된 각종 행정기록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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