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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컬럼] 채용.

김유식 2010.11.11 16:10:22
조회 13928 추천 22 댓글 46


  2004년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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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연구 보고에 의하면 청년 실업 문제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의 연봉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씀씀이는 커지고 회사의 연봉은 작고, 굳이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힘들게 직장을 다니느니 집에서 용돈 받아 사는 것이 편하다는 젊은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언론의 보도 행태도 문제점으로 꼬집을 수 있다. 실제로 초봉 3~4천 만 원 이상의 고액연봉을 주는 회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도 어느 회사는 얼마는 준다는 등, 기업별 연봉 순위가 어떻게 된다는 등의 가십성 보도 행태가 잦다. 따라서 실제 그렇게 받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파란을 오픈 한 KTH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초봉 3천만 원을 준다고 하자 지원자가 수천 명이나 몰렸다는데 그렇게 많은 초봉을 주는 회사가 전체 회사들 중에서 몇 퍼센트나 차지할까? 국내에서는 명문대학교 출신이고,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에서 MBA 이상 공부했고, 토익은 950점에 2~3개의 외국어를 더 구사할 수 있는 그런 인재가 얼마나 많을까?


  아마 기자들의 학력과 연봉도 만만치 않겠기에 높은 연봉을 준다는 내용의 기사가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사들이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놓아 필자의 회사 같은 중소기업들은 항상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시 채용을 하고 있는 필자 회사의 경우, 지원자들의 입사지원서를 읽다보면 일부 젊은이들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허탈할 때도 있다. 작년 한 구직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냈더니 눈에 띄는 입사지원서가 들어왔다.


  사회 경험이 없고 2년제 대학을 갓 졸업한 21살 여성 지원자의 희망연봉이 3천 8백만 원이었다. 메일을 통해서 어떻게 그런 연봉을 원하게 되었냐고 물어봤다.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자동차도 굴리는 등 기본적인 생활을 하려면 최소한 월 3백만 원씩은 받아야 살 수 있지 않겠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답장 마지막에 덧붙인 내용은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이 초봉 4천만 원의 한 외국계 회사에 입사했으니 자기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연봉 3천 8백만 원은 사장인 내가 회사에서 받는 연봉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다. 연봉 적은 것이 자랑이 아니라 세상 물정이 그렇고 회사 사정이 그렇다. 우리 회사는 그만한 연봉을 줄 수 없다는 답장을 보냈다.


  얼마 전 구직란을 뒤적이다 보니 그 여성 구직자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희망연봉을 보니 눈높이가 조금 내려가 있었다. 2천 8백만 원~3천만 원이었다.


  한 특이한 지원자도 기억에 남는다. 23살의 여성인데 자기소개서에 이렇게 적었다. “일 잘 못합니다. 영어 하나도 모릅니다. 공부는 잘 못했고, 컴퓨터와 인터넷도 별로 관심 없습니다. 이것저것 하는 것 다 귀찮고 게으른 편입니다. 술도 질색입니다. 뽑아주실 거라는 기대도 안합니다. 좋아하는 건 딱 하나 있습니다. 남자입니다. 남자는 아주 좋아합니다.” 이 지원자는 우리 회사를 호스트 바쯤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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