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일찍 사업을 시작한 필자로서는 경영지침서를 꽤 많이, 자주 읽는 편이다. 10여년 이상 수백여 권의 지침서 또는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 등을 읽어왔으나 안철수 전 대표의 책을 비롯한 몇몇 권외에 그렇게 큰 감흥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서점에 가게 되면 이번에는 혹시나 해서 책을 뽑아 들지만 그렇고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조금 더 읽다보면 ‘사람 놀리나?’ 하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특히 이런 느낌은 외국의 경영지침서에서 더 많이 느껴진다. 기업 환경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국내의 성공한 경영인들이 출간한 책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지내 왔던 고난의 과정을 값싼 도서 한 권으로는 알려주기 싫어서 인가? 여러 내용들 중에서 큰 이질감을 느낀 것 몇 가지만 딴지 걸어 보자.
항상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줘라?
거의 대부분의 지침서나 성공학 관련 도서라면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있는 내용이다. 직원들을 워크샵이나 출장을 보낸다면 그 지역 최고의 호텔에 투숙시키라고 쓰여 있다. 이동수단은? 물론 1등석이다. 어떤 책들 중에는 보다 빠르고 편리한 이동을 위해 걸프스트림 같은 전용 제트기를 구입하는 게 좋다는 내용도 있다. 또 회식이 있을 때는 특급 호텔을 빌려서 하도록 권장한다. 맞는 말이다. 산업혁명 때도 아니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얼마든지 보장되어 있는 이 시대에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경영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어째서 그 많은 지침서들은 그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회사가 순이익이 넘쳐나는 것처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단적으로 코스닥 등록 법인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만 보아도 35% 이상이 적자를 기록했다. BEP만 겨우 맞춘 수준의 법인들까지 치자면 50%에 육박한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회식 한 번 하려해도 통장 사정보고 손을 덜덜 떨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중소기업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필자와 친하게 지내는 한 인터넷 업체의 CEO는 회식 중 직원들의 “사장님! 냉면 시켜도 되나요?”라는 물음에 가슴이 철렁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추석 전 만났던 한 CEO는 카드 대출을 받아가며 직원들 월급을 겨우 맞춰줬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경영자들을 위한 책은 왜 출간이 되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고난과 역경에 처한 기업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거나 위기를 헤쳐 나가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복장 터지는 내용이 오히려 더 많았으면 많았다.
회사의 가장 큰 노력을 인재 개발에 써야 한다?
사람만이 살 길이라는 뜻이라면 필자도 동의한다. 결국 회사는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살 수 있는 존재이므로 그 조직 구성원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회사의 가장 큰 노력을 인재 개발에 두는 것은 필자의 생각과는 다르다. 왜 회사의 가장 큰 노력은 수익창출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적은 것일까? 정당한 방법을 통한 수익창출, 수익극대화야 말로 회사에서 가장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혹여 그렇게 주장한다면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워서 인가? 물론 혹자들 중에서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회사의 수익 모델, 나아가서는 회사를 움직이는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재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를 설립했다는 것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고 수익을 내지 않는 회사는 사회의 적이자, 커다란 죄악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인재 개발이 중요한 것은 맞으나 인재 개발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회사는 수익을 내게 되면 당연히 직원 복지에 힘을 쓰게 되어 있다. 회사의 설립 목적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과연 학교를 대신하기 위해 설립했는가?
회사의 존재 목적은 사회에 대한 기여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번지르르한 포장에 다름 아니다. 물론 회사를 키워 고용창출도 하고 법인세도 많이 내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맞으나 회사의 존재 목적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바른” 소리를 적어 출간한 도서는 거의 보지 못했다. 콩 반쪽도 나눠먹어야 하고, 무언가 혼자 먹고 있다가 걸리면 치사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민족이라 그런지 국내에서 출간된 많은 책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회사를 사회 기여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고 있는 게 아닐까? 이 땅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이 모두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필자로서는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냥 “돈 벌기 위해서”라고는 왜 시원하게 말을 못하는가? 회사가 수익을 내면 그만큼 세금을 내게 되어 있다. 세금을 냄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맞다. 그 사회 기여를 하기 위한 과정은 왜 생략해서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경영지침서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그것을 쓴 저자들이 이미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많은 책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사람들, 또 웬만큼 성공해서도 안 되고 누구나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입장에서 글을 쓰다 보니 그 책을 구입해서 읽는 독자들하고는 큰 괴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렵게 회사를 꾸리며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구입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배고픈 서울역앞 노숙자에게 “왜 지금 당장 일어나 플라자 호텔에서 배불리 먹고 자지 않느냐?”라는 말처럼 느껴진다. 도서 구입자들은 앞서서 성공한 경영인들의 성공한 다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기보다는 성공의 과정과 수익모델의 발굴, 위기 탈출에 대한 내용이 궁금할 것이다. 이 땅에서 힘들게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 경영자들을 위해 그런 글을 써줄 만한 선배 경영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부디 이 글이 어렵게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의 푸념 섞인 한탄으로만 비춰지지 않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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