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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2CH의 니시무라 히로유키.

김유식 2012.05.09 17:40:46
조회 61056 추천 243 댓글 152



  2CH의 니시무라 히로유키(西村博之)


 



  얼마 전, 일본의 지인으로부터 요청을 받았습니다. 일본 자민당의 참의원(일본의 상원의원)인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군마현 의원들 11명과 함께 1박 2일의 서울 연수를 오는데 한류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막장갤러리 출신이며 디시인사이드에서 알게 된 JYP의 정욱 사장에게 위 이야기를 전달했고, 정욱 사장은 흔쾌히 응했습니다.



 



  일본 의원들은 JYP의 회사 사옥에서 약 한 시간 반에 걸쳐서 한류와 일본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습실 등을 둘러보고 상당히 만족해하며 돌아갔고 이후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으로부터 고맙다는 표시로 솔깃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전차남, 살인예고 등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의 니시무라 히로유키 사장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디시인사이드는 인지도가 거의 없습니다만 한국에서의 2CH는 꽤 유명합니다. 일본 폐인 네티즌들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고 혐한류(嫌韓流)들이 모인 곳으로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와는 매년 삼일절, 광복절만 되면 서로의 사이트를 공격하며 사이버대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한일 사이버대전에 대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2004년 초, 고이즈미(小泉) 일본 총리의 독도 망언으로 인해서 한국의 네티즌들이 분노로 들끓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서 2CH를 공격하자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때까지의 공격 방법은 단순하게도 F5 키를 계속해서 누르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는 사이트의 로딩을 계속 요청하여 과부하가 걸리게 하는 것으로서 초기 화면이 텍스트만으로 매우 단순한, 그러니까 F5 키를 눌러도 전송할 데이터양이 그다지 많지 않은 2CH로써는 F5 공격을 당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에 모 사이트에서는 “방법” 이라는 공격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이 “방법”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초당 50회 정도의 F5 키를 누르는 효과를 갖습니다. 수만, 수십만의 네티즌들이 동시에 사용한다면 그 엄청난 트래픽 요청에 웬만한 사이트들은 서버가 아주 느려지거나 다운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한국의 네티즌들은 오후 8시 30분에 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에 모여서 동시에 공격하자고 했었으나 막상 그 시간이 되자 디시인사이드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대부분 일본 네티즌들의 공격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저와 직원들이 접속 IP 주소를 파악해본 결과 평소보다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즉, 일본에서 들어온 IP가 더 많이 검출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단 상황을 파악해 본다고 하고 “일부 일본 측의 IP가 보이는 것 같다.”는 정도로 대답했습니다. 역시 언론들은 떠들썩하게 “디시인사이드, 일본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사이트 마비” 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나중에 파악해 보니 일본 2CH 이용자들의 공격으로 디시인사이드가 마비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네티즌들이 갑자기 오후 8시 30분에 몰리면서 “우리끼리 놀다가” 디시 서버가 맛이 간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사실은 속칭 “쪽팔려서” 말하지 못했습니다.



 



  2CH과의 사이버대전은 거의 10년째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라 매년 겪는 진통으로만 생각했었지만 니시무라 사장을 만나서 뭔가 소통과 화합이 된다면 더 이상의 한, 일 사이버대전은 겪지 않아도 될 것이므로 디시나 2CH이나 나쁠 것은 없습니다. 또 한, 일 네티즌들의 공통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그것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한 가지 걱정은 일본에서의 니시무라 히로유키라는 캐릭터가 꼭 좋은 이미지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각종 범죄로 무장한 저보다 더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는 법원의 벌금납부 명령을 무시하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서 채권자가 차압을 걸기도 했고, 최근 소식으로는 일본 경시청이 니시무라 사장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는 기사가 뜨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야마모토 의원 측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미팅을 갖기로 했습니다. 미팅 날짜를 잡기도 힘들었습니다. 원래 만나기로 했던 주간에는 니시무라가 그리스 아테네에 가 있어서 안 되었고, 그 다음주에는 캐나다 시애틀에 서버를 점검하러 갔다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쿄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도쿄 치요다구에 있는 한 주점. 약속 시간은 오후 8시 30분이었습니다. 같이 만나기로 한 니시무라 사장의 친구는 나왔는데 니시무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몸이 달아서 계속 전화를 해 보는데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녁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니시무라는 사십 분이 지난 후에야 겨우 통화가 됐습니다. 그의 대답은 아침까지  몬스터 헌터 어쩌고 하는 게임에 빠져서 날이 훤하게 밝았을 때 잠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약속 시간 한 시간도 훌쩍 넘겨서 나타난 그는 슬리퍼를 신은 채였습니다. 듣던 대로 예의가 하나도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이건 뭐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독특한 캐릭터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이뭐병”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니시무라의 친구로부터 니시무라가 특이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로 접근하면 안 하려고 할 거다. 재미로 접근한다면 그건 하려고 할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둔 터라 직접적으로 비즈니스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한일 네티즌이 축구, 독도, 야구, AV, 한류, 격투기 등등을 주제로 두고 대화를 한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그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술을 꽤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NHK 정치부 기자까지 끼어서 새벽 두 시까지 마셨는데도 뭔가 계속 마시고 싶어 하는 눈치였습니다만 저는 그냥 도망쳤습니다. 서울에서도 매일 새벽까지 마시는데 해외까지 가서도 그렇게까지 마시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010년에 니시무라가 와세다 대학 강연에서 했다는 말은 이렇습니다. “현재 내 수입은 일본 국민 수보다 조금 더 많다. (연봉 기준으로 약 19억 원 정도) 그러나 삶은 변한 것이 없다. 보통의 일본 샐러리맨 보다는 지출이 적을 것이다. 나는 주로 침대 위에서 생활한다. 노트북을 들고 굴러다니면서 일한다. 일이 없으면 게임, 책, 영화를 본다, 일은 E-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하고 회사에는 주 1회 나간다. 기본적으로는 일이 없으면 외출하지 않는다.”


 



  2CH과 뭔가 같이 해보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지만 니시무라 히로유키 사장의 말을 들어보니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디시에는 수도 없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침대를 굴러다니면서 노트북으로 디시질을 하고 계신 분들로부터 사업적, 서비스적 아이디어를 얻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혹시 디시에서 뭔가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주저 없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디시인사이드는 이용자 여러분들의 아이디어로 변화해 온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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