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안녕하셨는지요? 꽤 오랜 만에 글을 쓰네요.
오늘은 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대여섯 권의 책을 낸 것 같은데 제가 처음으로 썼던 책은 “일본인과 성문화”였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일본 성문화와 관련된 책들이 뭔가 재미도 없고 뜬구름 잡는 것 같아서 나름 시대상을 반영해 보겠다고 덤벼들어서 2년 가까이 열심히 썼습니다. 하이텔 횡설수설 동호회에 연재하던 글이었는데 일년쯤 쓰다보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처음 내는 책이라 애착도 많이 가서 쓰는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일본인과 성문화”는 1998년 여름에 출간이 됐는데 초판 오천 부가 금방 나가고 2쇄, 3쇄, 4쇄... 막 찍더군요. 잘 팔린다니 신났습니다. 선정적일 수밖에 없는 내용 때문에 “19세 미만 구독금지” 표시가 있었는데도 그해 가을 경 종로서적에서 인문 분야 베스트에도 올랐습니다.
근데 제가 인세와는 별 인연이 없었습니다. 처음 출판할 때 계약금으로 50만 원을 받았지만 그 돈은 책 쓰는 비용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8쇄를 찍는다고 할 때 어렵사리 출판사 실장에게 인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와 동갑이었던 그 젊은 실장은 수화기 저 편에서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더군요.
신천의 먹자골목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전화로는 책이 무지막지하게 잘 나간다면서 이토록 재미있게 영업하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떠들던 그 실장은 만나자마자 출판사가 무지 어려운 상태며, 있던 직원들도 내보냈고, 출판사의 부채도 많아서 힘들고, 실제 책은 많이 나가도 판매비 회수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등 각종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뭐 저도 인세 받아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처지까지는 아니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그 실장은 소주를 연거푸 들이켜더니 제게 50만 원의 6개월짜리 문방구 어음을 써주더군요. 그때까지 어림잡아도 만오천 권은 찍었을 텐데 7,000원짜리 책이라 인세가 700원씩이라고 치면 받아야 할 인세가 천만 원이 넘을 겁니다. 제가 50만 원짜리 어음을 손에 받고 당황해 있으려니 그 실장은 다시 소주를 두어 잔 목으로 털어 넣고 힘들게 입을 열었습니다.
“유식님, 사정이 급하시면 제가 할인을 해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술값은 유식님이 내셔야 해요.”
“네?”
그 실장은 제 손의 어음을 빼앗듯이 가져간 다음에 지갑에서 45만을 꺼내어 주었습니다. 즉, 10%를 떼어 앉은 자리에서 어음을 할인해 준 것이죠. 어안이 벙벙해 있는 제게 그는 뼈아픈 몇 마디를 더 던졌습니다.
“다른 출판사들은 20% 할인하고 줘요. 저야 유식님과의 관계도 있으니 10%만 뗀 거예요.”
어음 할인으로 10% 떼고, 술값을 내고 나니 40만 원이 남더군요. 그 이후에 인세는 한 번 더 받았습니다. 인세라기보다는 역시 50만 원짜리 어음이었고 지금은 이게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못 받은 것은 확실하구요. 그 실장은 그해 말에 “일본인과 성문화”를 다른 출판사의 다른 책 이름으로도 한 번 더 냈습니다. “나는 일본 성문화가 두렵다.”라는 책입니다. “일본인과 성문화”와 같은 내용의 책이죠. 그 실장하고는 연락이 끊겼고, 책이 얼마나 더 팔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연락이 끊기기 전에 8쇄까지 찍었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때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사실 19금 책이 팔려봤자 얼마나 많이 팔리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책과 인세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2년 가까이 지난 2000년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을 지나다보니 버스 타는 입구의 옆 벽면에 “일본인과 성문화”가 한 면을 도배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서 책을 팔고 있는 아줌마한테 물어보았습니다.
“아줌마! 이 책이 아직도 팔리나요?”
“웬걸요. 이 책만 잘 나가요.”
급히 책을 집어 책 뒷면을 보니 그때까지도 8쇄라는 표시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뭔가 구린 냄새가 났지만 그때는 디시인사이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4년은 한창 개죽이와 각종 합성물로 디시의 방문자가 늘어날 때였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다 보니 제가 썼다는 “일본성문화”라는 책이 신간 안내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보니까 출판사도 “일본인과 성문화”를 냈던 곳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직원을 통해 어떻게 된 사연인지 알아보라고 했더니 그 출판사 사장님은 “이 늙은이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예전에 냈던 책을 천 부만 살짝 찍었습니다.”라고 말하셨답니다. 이전에도 인세를 못 받았고, 또 새롭게 책을 찍는다면 저자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귀찮아서 그냥 넘겼습니다. 그래서 저의 “일본인과 성문화”는 세 가지 버전이 나와 있습니다. 지금이야 10년도 지난 내용이라 특이할 것도 없겠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쇼킹(?)한 내용의 책이었지요.
그 사이에 “원조횡수”, “금테 두른 브라자”, “심심할 때 읽는 책”이라는 유머집과 “맥주전쟁”이라는 소설책을 냈지만 큰 재미는 못 보았습니다. 2004년도에 냈던 “개죽아. 대한민국을 지켜라.”는 제가 많이 산 덕택에 만 권 이상 팔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다보니 책으로 쓰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바빠서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2006년부터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게 있는데 원고지 500매 정도의 분량을 쓰고는 3년째 멈춰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연재했던 “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는 반복되는 내용을 좀 줄이고 내용을 보강해서 책으로 내도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몇 곳의 출판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7월 중에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는 “가쎄”라는 곳이고 책 제목은 “개드립 파라다이스”입니다. 450페이지짜리 두꺼운 책입니다. 원고지 4천 매에 달하는 내용을 1,600매까지 줄였는데도 꽤 두껍게 나올 것 같습니다.
깊이 있는 내용이 아니라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주인공인 “박경헌”과 “김장오”의 개드립이 주를 이루는 가벼운 책입니다. 뭐 앞으로 구속될지도 모르는 이용자 여러분께는 구치소 참고서가 될 수도 있겠지요.
혹시 책이 잘 팔리면 고성능의 서버를 구매해서 디시가 원활하게 굴러가도록 할 겁니다. 라고 말하면 개구라구요. 만약에 좀 팔리면 그 책에 등장했던 인물들 중에서 아직 교도소, 구치소에 있는 분들께 영치금 좀 넣어드리고 그래도 좀 남으면 직원들하고 소셜 커머스에서 파는 반값 삼겹살에 소주를 마실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혹시 이렇게 디시에서 자기 책 광고하는 것이 일종의 배임이 아니냐고 물으실 분이 계실 것 같은데 저 디시에 책 광고비 냈습니다. ㅠ.ㅠ
또 인사 올리겠습니다.
꾸벅.
- YES24 : http://www.yes24.com/24/goods/5308167?scode=032&OzSrank=4
-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prdNo=208553271&bookblockname=b_sch&booklinkname=bprd_title
- 알라딘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489130
- 교보문고 :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3489132&orderClick=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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