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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디시인사이드의 야후코리아 인수설. 그 내막.

김유식 2012.10.21 01:59:39
조회 35577 추천 158 댓글 200


  얼마 전 야후코리아가 연내에 국내 사업을 접고 철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제가 가끔씩 IT 업계 분들을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웃겨 보겠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바로 "디시인사이드가 2007년에 야후를 인수하려고 했었다." 입니다.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은 사실이었습니다. 2007년 3월 초순, 저는 구글과의 제휴를 위해 미국으로 갔었고 미팅을 마치고 나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아래에 있는, 당시에는 핫플레이스 레스토랑이라고 이름 났던 곳에서 몇몇 분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동석한 인물들 중에는 현재 안철수 캠프의 SNS 팀장을 맡고 있는 신철호 사장님과 구글 관계자라고 해야 할 지, 구글과 디시를 연결 시켜주었던 스티브 정이라는 젊은 분이 있었습니다. 스티브 정은 당시 스탠포드 MBA를 한 학기 남겨 놓고 있었는데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과도 남다른 친분이 있는 등 인맥이 아주 훌륭한 친구였습니다.


 

  한창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는데 잠시 후에 뒤쪽 테이블로 눈에 익숙한 인물이 들어와 앉았습니다. 야후의 설립자인 제리 양이었습니다. 스티브 정은 제리 양과도 친하다며 필요하다면 같이 가서 인사라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는데 제 생각은 은하수를 넘어 안드로메다에 가 있었습니다.


 

  2004년부터 디시는 야후의 서버를 쓰고 있었습니다. 포털들의 트래픽 경쟁 때문인데, 고래등 같은 사이트들의 순위 싸움에는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던 디시로서는 페이지 뷰와 방문자 수 등의 트래픽은 야후 쪽으로 집계되도록 하고, 그 대신 무료로 서버와 회선을 제공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이 되어 네이버와 다음의 트래픽이 크게 높아지면서 더 이상 포털사이트 간의 트래픽 경쟁은 불필요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눈물을 머금고 2007년 초에 야후와의 계약을 마치고 독자적인 서버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2006년 초부터 디시의 서버는 포화상태였으나 야후가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할 이유가 없게 되자 저희는 추가적인 서버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많은 돈이 드는 서버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여력도 없었습니다. 뒤늦게 후회하는 것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그다지 조건이 좋지 못했던 코스닥 상장사인 IC코퍼레이션을 320억 원에 인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IC코퍼레이션 인수 후 디시는 (공식적으로) 22억 원 상당의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야후와 결별한 뒤 구글과의 제휴를 하려던 중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당에서 제리 양을 보고 난 후 제 머리 속에는 계속 "제리~ 야후~ 제리~ 야후~ 톰과 제리~"가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M증권사 고위간부를 만나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그 간부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야후가 트래픽 경쟁에서 밀리고, 남아있는 주력 서비스라고는 꾸러기 야후하고, 40대 이상을 위한 부동산 등 재테크 콘텐츠뿐인 것 같다. 디시하고는 이용자 층이 하나도 겹치지 않으니 야후를 인수하면 어떨까?"


 

  그 당시 제가 간간이 대학 강연을 나가다 보면 의아할 정도로 젊은 대학생들이 야후를 잘 몰랐습니다. 지금은 야후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2007년에도 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야후와 야호커뮤니케이션과 헷갈려 했을 정도였습니다. 마치 야후를 한미르나 네띠앙, 인츠닷컴처럼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어쨌든 떡쳐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었지만 제 생각에 천 억원 정도면 야후 본사에서 야후코리아를 매각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지요.

 

  야후코리아에는 1999년, 제리 양이 M&A 자금으로 쓰라고 준 700억 원이 있었습니다. 원래 야후는 이 돈으로 2000년 여름에 아이러브스쿨을 사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아이러브스쿨의 경영진은 야후와 도장 찍기로 한 전날 미국에서 날아온 사이트 가치 평가서의 금액이 매각하려던 금액보다 높게 나오는 바람에 매각을 번복하고 맙니다. 항간에서는 5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 보다 낮은 금액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때 아이러브스쿨이 야후에 매각되었다면 국내 포털사이트의 판도는 크게 달려졌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이러브스쿨 인수가 무산되면서 야후는 그 후 특별한 사이트 인수 없이 지내와서 제리 양이 주고 간 돈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파악하기로는 약 650억 원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M 증권사 간부는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인수자금으로 M 증권에서 700억 원을 대겠다고 했습니다. 디시의 자회사였던 IC코퍼레이션에서는 300억 원 정도 유동시킬 수 있는 자금이 있었습니다. 즉, 야후는 내부 보유자금 650억 원은 가져가고 저희는 천억 원에 야후코리아를 인수하자는 계획이었습니다. 야후 측 의견은 하나도 묻지 않은 채로 말이지요.


 

  평소 친분이 있던 야후의 모 이사에게 넌지시 이 제안을 흘렸습니다. 당시 야후코리아의 대표이사는 제임스 김 씨였습니다. 지금은 한국MS의 대표를 거쳐 GM대우의 대표이사를 맡고 계십니다. 제임스 김 사장님은 저를 불렀고, 저는 겁도 없이 사장님을 만난 자리에서 "얼마 정도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천억 원"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흘렀습니다. 야후의 모 이사는 "내부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야후의 아시아지역 총괄 사장인 대만의 로즈 자오 씨가 주말에 한국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야후 인수 후 사이트 통합까지 거쳐야 할 난관이 많겠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반쯤은 건너온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이트 통합이 완료되면 디시-야후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에 이어 대한민국 사이트 순위에서 4~5위쯤 하게 될 것이었고 우회적이라도 야후코리아의 한국증시 상장이라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호사다마였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디시는 성격상 많은 언론, 기자들과 친분이 좋은 편입니다.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요? 혹자는 기자는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도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기자나 언론들이 저에게 손해를 끼친 적은 없었으니까요. 일부 사이비언론사 기자들이 당시 접대비가 많이 나와 그것을 줄여보고자 운영하던 신사동의 술집에서 꽁술을 마시고 도망가기는 했습니다만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야후 인수가 가시화 되려던 어느 날, 로즈 자오가 한국에 들어오기 며칠 전이었습니다. 모 언론사 여자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처음 통화한 기자였는데 뭔가 감을 잡고 전화를 걸어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뭐 하는 거 없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발표 전까지 절대로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이야기를 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너무 순진했을까요? 아니면 그때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해서 당연히 서로의 신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지금도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 기자는 기사를 썼습니다. "야후-디시 사이트 통합 논의"라는 기사를 내 보내자마자 야후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즉각 반박 기사를 내보내는 한편, 로즈 자오의 방한도 취소되었습니다. 더불어 야후 본사에서는 어느 누구도 저와는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졸지에 "동네 양아"가 되어버렸습니다. 야후의 이사와 이야기를 해 보니 이미 인수 건이 물건너 간 것이 확실했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으니 그 기자에게 화도 안 났습니다. 그 기자는 자신이 어쩌면 1,600억 원짜리 M&A 딜 하나를 깨버렸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었습니다. 정말 눈물이 나도록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야후코리아 측에 제대로 설명도 못했습니다. 해도 바보 소리밖에 들을 게 없었으니까요. 이 기회를 빌어 제가 너무 순진했고, 잘못했다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한때 국내 인터넷 업계의 맹주였던 야후코리아까지 서비스를 종료한다니 올해 사이트를 정리한 파란 보다도 더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디시는 제가 서울역 앵벌이를 해서라도 제 환갑 때까지 해보겠습니다. 서버도, 게시판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얼마 전 디시는 일일 방문자 역대 최대치인 247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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