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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구네집 이야기 21

김유식 2005.07.27 00:00:00
조회 12759 추천 6 댓글 23


  4월 25일. 12일째. 금요일
    
  금요일이라고 특별히 좋은건 없지만 어쨌든 주말을 앞둔 금요일 아침이다. 금요일에는 대운동장에서 운동할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분주히 아침 일과를 마치고 접견을 기다리다가 접견표를 받았다. 접견을 마치고 나서 터벅터벅 방에 돌아오니 방문이 열려있고 다들 부산하게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동시간이다.

  영등포 구치소(교도소)는 대운동장을 중심으로 8개동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이 대운동장의 크기는 일반 초등학교의 운동장 정도의 크기를 가졌다. 조그만 건물 옆에서 걷기 운동하는 것보다는 이 대운동장에서 달리기 운동하는 것이 훨씬 좋았고, 조금이나마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한 동의 죄수들을 모두 풀어놓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만날수 있다는 점이었다. 몇몇 조직 폭력 관련 죄수들은 운동은 하지 않고 정기 모임을 가지는지 자기네들끼리 인사하며 떠들기에 바빴다.

  그 옆을 지나치려는데 누가 아는 척을 해서 보니 영구네집 이야기 6편에 나왔던 곱상한 두목 형님을 모시고 있는 신림동파 죄수들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다른곳으로 가려니 영구네집 이야기 5편에 등장했던 버스 운전사 아저씨가 반갑게 눈인사를 하신다. 일주일만에 만났기에 서로 그간에 있던 일들에 대해 나누었다.

  내가 3동상 7방에 있다니까 아저씨는 같은동 5방에 있다면서 아주 반가워 하신다. 한국인은 이런 것에 약하다. 지연, 혈연, 학연의 나라인데 빵 생활을 같은 곳에서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 연결이 된다. 원래 같은 동의 같은 층에 있으면 세면이나 접견을 다니면서 서로 얼굴이라도 보게 마련이지만 나는 복도를 다니면서 한 번도 다른 사방안을 쳐다본 적이 없었기에 몰랐나보다.

  생각해 보니 5방은 소년수방이다. 어떻게 해서 소년수방에 계시냐고 하니까 교도관이 나이도 많고 그러니 소년수방에서 봉사원으로 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고 하신다. 대인수가 소년수방에서 지내는 것은 정말 고역 중의 고역일 수도 있고 그와 반대 일수도 있다. 고역인 이유는 말 상대가 없다는 것이 첫째 이유였는데 20살도 안된 애들만 우르르 십수 명씩 몰려있는 가운데 나이 많은 어른이 있어봤자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안 되고 들어주려고 해도 흥미도 없다. 그래서 소년수 방의 대인 봉사원은 두 명을 두지만 그래도 심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한가지 고역으로는 싸움이 잦다는 것이다. 10대 소년들이라서 그런지 툭하면 싸움을 하지만 그와 반대로 군기(빵기) 하나는 칼 같이 지키기도 한다. 군대처럼 나이는 완전 무시당하며 (그래봤자 다들 비슷비슷 하니까) 먼저 들어온 녀석이 확실하게 고참 행세를 한다.

  좋은 점으로는 소년수 녀석들이 예절 하나는 바르므로 손 하나 까딱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살찌려면 소년수방 봉사원이 제격이다. 사방 내의 모든 일에 대해서는 잔소리 할 필요가 없이 지네들이 정한 "짱" 들이 싹싹 알아서 한다고 한다. 말만 잘하면 밥도 떠먹여 줄 정도라니 게으른 죄수들에게는 안성맞춤이겠다. 또 대화하기 싫어하고 조용히 있는 것을 원하는 죄수에게도 소년수방의 봉사원이 딱 맞는 자리다.

  내가 "애들이 싸울 때는 어떻게 하죠?" 하고 물으니 대답도 간단하다.

  "그냥 밟아."

  그러면서 다리를 들어 짓밟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괴성을 지르며 싸우는 애들을 마구 밟아대면 싸우던 애들은 물론이고 나머지 소년수들까지 나서서 잘못했다며 빈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참 웃겼다. 마침 어린 녀석 하나가 우리를 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지나간다.

  "얌마! 이리와 봐."

  내가 손짓해서 불렀다.

  자기네 방 봉사원과 같이 있으니 득달같이 달려온다. 나이도 어려보이고 얼굴도 여자처럼 깨끗해 보이는 데다가 수인표를 보니 영구네 들어온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무슨 사건으로 왔는지 궁금했다.

  "여기 무슨 일로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물었다가는 대번에 기어오르니 안되겠고 그렇다고,

  "씨발놈아! 요 쥐방울 만한 새끼가 여긴 왜 왔냐?"

  라고 묻는 것도 역시 내 성격에는 맞지 않는 말투라서,

  "넌 여기 왜 오게 됐냐?" 며 비교적 정중히(?) 물었다. 그러자 아저씨가 자기가 이야기 해준다며 그 녀석한테 가서 놀라고 하신다.

  그 녀석은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친구들 5-6 명과 같이 밤거리를 지나다가 퇴근 중인 직장 여성 한 명을 위협해서 근처 건물 공사하는 곳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자신은 망을 보고 나머지 친구들이 윤간을 하는데 친구들이 모두 끝나고 나니까 자신에게도 해보라고 권유(?) 했단다. 일단 옷을 벗은 상태에서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나쁜 짓인 것도 알기에 망설이다가 그만 두었는데 여자의 기지로 인해서 모두 구속 됐다. 이 여성은 그렇게 윤간을 당하는 중에도 이성을 잃지 않고 그중 한 학생한테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쪽하고는 또 하고 싶으니 전화번호를 줄 수 없겠느냐?" 말해서 결국 전화번호를 받아 구속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아까 인사하던 어린 녀석은 하지도 않았다면서 왜 구속 되었냐고 물었는데 그것도 사연이 우습다. 그 녀석은 분명히 하지는 않았지만 옷을 벗고 있다가 자신의 성기가 그 직장 여성의 성기에 닿았단다. 이건 참으로 복잡 미묘한 문제다. 법적으로 "강간"으로 규정함에 있어도 어디까지가 강간인지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녀석의 경우는 강간죄로 들어온것을 보니 검찰에서는 삽입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 모양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아무리 "강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피해자는 윤간을 당했던 상황에서 가해자가 누가누구였는지 기억할 수가 없으니 꼼짝없이 가해자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또 범죄 장소에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세히 밝히려 들지 않는다. 경찰이나 검찰로서는 사건을 크게 만들어야 좋고, 피해자 쪽에서도 보상을 더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강간 당했다고 우겨야 좋은데다가 가해자 가족 측에서는 창피한 일이니 덮어놓고 피해자 요구대로 다 하겠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가끔씩은 억울한 가해자도 생기는 셈이다.

  이 녀석은 며칠 밤낮을 억울하다고 울어대다가 다른 소년수들로부터 몰매를 맞고는 울음을 그쳤다고 한다. 몰매를 맞은 이유는 그들의 표현대로,

  "따먹지도 못하고 와서 뭐가 잘났다고 우느냐?" 였다고 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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