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들이 금리 인상 카드를 속속 꺼내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축소하고 50년 만기 대출 상품을 틀어막고도 여전히 5대 은행 가계대출이 2년 만에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은행의 자금 조달 경쟁에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겹치면서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지표금리보다 큰 폭으로 뛰어올라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 KB 국민, NH 농협에 이어 신한은행도 이번 주 가계대출의 일부 상품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5대 시중은행의 26일 기준 가계대출의 잔액은 684조 8018억 원으로 682조 3294억 원이던 9월 말보다 2조 4723억 원이 늘었다. 2021년 10월 이후 월 증가 폭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NH농협은행은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3% 포인트 축소했다. /사진=NH농협은행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 2504억 원이 늘었고 신용대출도 5307억 원이 증가했다. 금융권은 올해 말까지 이변이 없다면 5대 은행의 신용대출까지 1년 11개월 만에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시기에 시중은행들이 일부러 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17일 NH농협은행은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3% 포인트 축소했다. 사실상 대출금리의 인상과 비슷한 효과이다. 신한은행은 11월 1일부터 신규코픽스, 신잔액코픽스의 기준 변동금리 가산금리가 0.05% 포인트를 올리고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중 지표 금리가 1년물 이하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 포인트를 상향 조정한다.
국민은행은 신한은행보다 앞서 11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최대 0.3% 포인트 올렸다. /사진=KB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신한은행보다 앞서 11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최대 0.3% 포인트를 올렸으며 지난 13일 우리은행도 같은 상품군 금리를 0.3% 포인트 높였다.
지난 25일에 열린 금융감독원과 은행 자금 담당 부행장 간에 은행자금 조달, 운용 현황 점검 회의에 당국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을 도입 준비 중이고 은행별로 사전에 관련 내규, 전산 시스템을 갖춰달라"라고 요청했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을 소득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갚아야 하는 상환액을 연 소득에 나눈 값이다.
이 DSR 산정 과정에서 금리 인상 위험 등을 반영해서 실제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와 대출금리까지 더한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면 원리금의 상환 부담이 늘어서 대출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 등 DSR 규제 예외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에선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하면 결국 전세자금대출 같은 현재 DSR 산정 대상에서 빠진 적용 예외의 대출들이 추가로 DSR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정 감사에서 가계대출의 규제 방향과 관련해서 "DSR 규제에 해당하는 차주의 비중은 작다. 당국과 단기적으로 규제의 루프홀이 많지 않게 DSR 규제 해당 가구 수들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해서 어느 정도의 증가를 막는지 확인하고 거시정책을 생각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세자금대출 등 DSR 규제 예외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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