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를 살리려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이때 필수 의료의 또 다른 축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병원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 간호사들을 과로로 내몰며 의사, 타 직역의 일까지 시키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부실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의하면 간호사 A 씨가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에 "오늘 응급사직 할 거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종합병원 간호사의 노동 착취 실태를 고발했다.
간호사 노동 착취 실태를 고발한 간호사 A 씨/사진=게티이미지뱅크
A 씨는 한 달 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최근 병상 200~300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이직을 했다고 전하며 "대학병원에서 너무 힘들어 종합병원으로 이직했는데 간호사라는 직업이 정말 처참하다고 느끼고 있다. 월 300만 원~400만 원 주고 거의 1,000만 원 가까이의 의료 인건비를 아끼려는 게 우리나라다"라며 분개했다.
A 씨는 중환자를 담당하며 입원 환자를 수용하고 청소와 폐기물 박스 정리까지 잡일을 도맡아왔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이송 요원, 간호조무사, 청소부가 담당하는 일들까지도 혼자서 처리해야만 했다.
물 마실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다 초과 근무를 했는데 그마저 병원 눈치가 보여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하지 못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지어 A 씨는 인턴이나 당직 의사가 없어서 동맥혈 검사나 드레싱, 위관 삽입 등도 책임졌다. 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 같은 처방을 내고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주말에는 직접 약국을 방문해 약을 조제하기도 했다.
물 마실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사치였다고 토로했다. 쉴 새 없이 일하느라 4시간 연장근무를 하기도 했지만 병원의 분위기상 아무도 초과근무수당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간호사 노동 착취는 A 씨만의 일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의사 대신 처방, 처치를 하고 폐기물 박스를 정리하다가 내 환자가 낙상하는 일이 벌어져도 내 책임이다. 의료사고가 나면 간호사를 보호해 줄 방어책이 없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간호사 인력 착취는 A 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18일 대한간호협회는 6월 5일까지 불법 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간호사들에게 내려지는 부당한 업무 지시를 수집해 본 결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만 4,234건이 접수됐다.
불법 진료 신고센터 사이트에 접속자가 폭증하면서 사이트가 다운되는 일도 발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접속자가 폭증하면서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검체 채취나 천자 등 검사가 9,075건으로 가장 많았고 T-tube나 L-tube 등 튜브 관리, 처방 및 기록, 봉합, 초음파 검사 등 처치나 치료 외 검사가 2,695건이었다.
수술 수가 입력이나 수술 부위 봉합과 같은 불법적인 수술의 업무 지시 1,954건, 약물 관리도 593건이다. 이런 불법적인 진료의 원인은 인건비의 절감으로 의사들의 욕심이 깔려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다. 특히나 개인, 소수의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대학병원보다 훨씬 더 열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간호사는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반면 의사들의 임금은 상승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병상 수에 비례해 의사들의 임금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의 개원의들의 평균 소득은 2014년에 비해 2021년 1억 원 가까이 증가한 2억 6,900만 원이다.
올해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간호사 처우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간호사 불법 진료 실태 원인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질의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료 인력 부족 때문에 의사 역할을 간호사들이 대체한다는 점이 주원인이다. 연말까지 업무 수행 범위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라고 답했다.
불법 진료 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81곳이며 신고를 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대한간호협회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불법 진료 행위를 강요한 전국의 의료기관 81곳을 신고한 지 반년이 흘렀지만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간협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기보다 이제 적극적으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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