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문 연 대한제국 서양식 영빈관 '덕수궁 돈덕전'

아던트뉴스

2023.09.25 20:22:13

조회 303 추천 1 댓글 0

덕수궁 돈덕전 외부 /사진=덕수궁 인스타그램

100년 전 대한제국의 원대한 외교 무대를 꿈꿨던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이 다시금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26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오전 9시부터 돈덕전을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덕수궁 석조전 뒤쪽에 서양식 2층 건물 돈덕전이 있다. 대한제국 당시에 고종(재위 1863∼1907)이 즉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장으로 이용하고자 1902∼1903년에 지었으며 외교 무대를 위한 교류 공간 및 영빈관으로 쓰이기도 했다. 현재 남아있는 기록에 의하면 돈덕전은 외관을 화려한 유럽풍으로 지었고 내부 접견실은 황제를 상징하는 황금색 커튼과 벽지 등으로 다채롭게 장식했다.

덕수궁 돈덕전 내부 /사진=덕수궁 인스타그램

하지만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일제에 의해서 헐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약 6년 만에 완성된 돈덕전은 과거와 똑같은 복원보다 재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지였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면서도 내부 공간을 도서실과 전시실, 문화예술 행사 공간으로 만들어 활용도를 더욱 높인 점이 특징이다.

붉은 벽돌과 푸른 빛의 창틀이 멋들어진 건물로 들어서면 과거의 대한제국에 온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발굴 과정에서 나온 다채로운 색과 무늬의 타일을 지나치면 1902년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축하하는 모습을 담은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다. 또한 1층에는 각가지의 전시를 선보이거나 국제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2층 '대한제국의 외교'는 돈덕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이다. 총 5개 부분으로 구성된 상설 전시는 1876년 일본과 국제법적 조약을 체결한 이후 덴마크, 미국 등 여러 나라와 다각도 외교 관계를 맺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주요 사건을 짚어 궁금증을 해소한다.

덕수궁 돈덕전 2층 전시실 /사진=덕수궁 인스타그램

그러면서 초대 주미 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1841∼1905), 대한 제국의 마지막 영국 주재 외교관으로 활동한 이한응(1874∼1905) 등 격정의 시대를 보낸 외교관들의 삶과 활동도 알린다. 각종 도서와 영상자료를 갖춘 아카이브실 '대한제국 자료실'도 2층에 자리한다.

당시 격동의 시기였던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유물도 전시된다. 초대 주미 공사관 수행원이자 서화가였던 강진희(1851∼1919)가 그린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는 한국인 화가가 최초로 그린 미국 풍경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한 일장기 위에 태극의 청색과 4괘를 검은색 먹물로 그려내 확고한 항일 독립 의지와 애국심을 굳건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도 함께 전시된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후 개관 기념행사를 열며 기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응천 문화재청장, 주한 한국대사, 전주이씨대동종약원 관계자를 비롯해 약 90명이 참석한다. 덕수궁관리소는 "한국 근대 외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을 재건함으로써 과거 역사 공간을 복원하고 미래 문화교류의 공공외교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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